암(癌)은 세포의 반란이다
노정균 비엔날레 병원장
2022. 09. 13(화) 20:00 가+가-

노정균 비엔날레 병원장

인간은 약 7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이다. 그리고 매일 약 100억개의 세포가 죽고 새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중에 약 5천개는 불량 세포로 매일 폐기 처분된다. 매일 매일 우리 몸에서 사라지는 세포와 새로 생기는 세포의 숫자가 지구상의 인류보다 더 많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혈압은 평균 120/80으로 유지되고 혈당은 100 내외로 유지되며 체온은 36.5도, 호흡은 분당 18회, 맥박은 분당 70회 내외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가 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생체 징후(vital sign)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우리 인체의 항상성은 중요한 3가지 시스템으로 유지가 된다.

첫째가 자율신경계이다. 자율신경은 교감과 부교감으로 구성되며 흥분, 긴장, 불안, 공포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며 이완, 수면, 포만, 안정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진다. 산길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엄청 교감신경이 항진될 것이다. 또한,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엄청 교감신경이 과다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인과 맛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관람객 수 천만을 돌파한 흥행 영화를 같이 본다면 부교감신경이 많이 항진될 것이다. 낮에는 교감신경이 주도적이어서 활기찬 활동을 할 수가 있고 밤에는 부교감 신경이 항진돼 숙면을 취할 수가 있다. 이렇게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신경계이다.

둘째는 호르몬이다. 우리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흔히 알고 있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또한 체온조절과 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갑상선 호르몬, 남녀 성호르몬, 스테로이드로 알려진 부신피질 호르몬,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등등 참으로 많은 호르몬들이 또한 인체의 항상성 유지에 이바지하고 있다.

면역시스템이다. 인체의 개구부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타 이물질 들을 나 아닌 적으로 인식하고 없애버리는 보호 체계이다. 이 면역시스템의 70%는 소화기관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몸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면역계 또한 모두 세포로 구성이 돼 있다. 신경세포이고 내분비 세포이고 대식세포, T-세포, 백혈구 등등이다. 이들 세포 또한 자연 수명이 있어서 수명이 다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간에서는 간세포가 위에서는 위장 세포가 폐에서는 폐 세포 등 장기에 소속된 세포들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때가 되면 싱싱한 새끼 세포에게 임무를 떠넘기고 스스로 사멸한다. 그런데 이러한 세포분열 시에 생긴 불량 세포가 바로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전날 엄청 과음을 해도 우리 위장은 보통 일주일 이내에 다 진정이 되고 내시경으로 관찰해봐도 원래대로 멀쩡해진다. 심장에서 나간 피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우리의 피부는 각질화돼 계속 떨어져 나가며 한 달이면 완전히 새로운 가죽 옷으로 탈바꿈이 된다. 우리가 잠잘 때나 쉬고 있을 때에도 우리 몸의 세포들은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세포들이 하루에 약 100억개가 죽고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한두 개의 암세포가 생겨났다고 이것이 곧바로 암 덩어리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 면역계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불량 세포를 청소해 버린다. 그런데 왜 암세포가 암 덩어리로 자라는 것일까? 불량률이 높아서? 면역시스템이 고장 나서?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불량 세포 청소 담당인 면역시스템은 암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이가 들면 모든 감각이 둔해지고 느려지고 무뎌진다. 기억도 깜박깜박한다. 왜 그러할까? 세포의 노화이다. 세포가 늙으면 효율도 떨어지고 노폐물도 많이 나오고 폐기물 처리도 잘 안 된다. 체세포는 체세포대로 불량률이 높아지고 면역세포는 면역세포대로 청소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젊은 사람도 여러 가지 환경과 여건의 영향으로 나이보다 훨씬 더 세포가 늙어버렸다면 결과는 같아진다. 흙탕물 속에서도 한 송이 연꽃을 치우면 좋겠지만 70조개나 되는 세포가 다 똑같은 처지일 수는 없다. 어느 구석에서는 온몸이 가렵고 숨도 쉬기 힘든 세포가 살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스스로 살 방법을 찾게 된다. 에너지를 얻는 방법도 바꾸고 세포 분열 방식도 바꾸면서 제멋대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즉 세포의 반란인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3대 시스템으로도 제어되지 않는 완전 통제 불능의 괴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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