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지리산 한신계곡
줄줄이 이어지는 폭포가 무더위도 잊게 해주고
2022. 08. 02(화) 19:59 가+가-

백무동에서 세석평전까지 10㎞를 흘러온 계곡을 한신계곡이라 하는데, 한신계곡에는 유난히 폭포가 많다. 한신계곡은 깊고 넓으며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오랜만에 백무동을 찾아간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남원시 인월면소재지에 도착하니 지리산 품속에 들어선 것 같다.

남원시 인월면소재지는 뱀사골·달궁·백무동·칠선계곡 같은 지리산 북쪽 계곡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남원시 인월면소재지를 지나 람천을 따라 달려가다 보면 웅장한 지리산 줄기와 골짜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소재지에서 엄천강으로 이름이 바뀐 하천을 건너 백무동으로 들어선다.

백무동은 옛날부터 ‘지리산의 지혜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백 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이라는 의미로 백무동(百巫洞)이라 했다. ‘안개가 늘 자욱하게 끼어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백무동(百霧洞)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백무동에서 세석평전까지 10㎞를 흘러온 계곡을 한신계곡이라 하는데, 한신계곡에는 유난히 폭포가 많다. 한신계곡은 깊고 넓으며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 한산하다고 부른 이름이 한신이 되었다고도 한다.

하동바위, 장터목대피소로 오르는 길과 헤어져 한신계곡길로 들어선다. 계곡과 약간 떨어진 숲길을 걷는데도 물소리가 바로 옆에서 흐르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려온다. 원시림 울창한 숲은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요한 숲속에서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새소리는 물소리와 어울려 감미로운 자연음악이 된다. 나무들은 자연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게 숨을 쉰다.

원시림 울창한 숲은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요한 숲속에서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새소리는 물소리와 어울려 감미로운 자연음악이 된다. 나무들은 자연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게 숨을 쉰다.


숲길은 물길처럼 구불구불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사람들은 숲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원시림 울창한 숲길은 겨울철이면 잎을 떨궈 사람들에게 자기성찰을 하게하고, 여름철이면 짙은 녹음이 시원한 기운을 제공한다. 계절의 순환을 통해 나무들은 성장과 멈춤을 반복하면서 아름답고 당당해진다.

길 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올려놓은 작은 돌들은 원추형 돌탑이 되어 산객을 맞이한다.

대부분 활엽수로 이뤄진 숲은 굴참나무, 신갈나무, 서어나무 같은 나무들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이뤄진 숲 사이로 한신계곡 물줄기가 바라보인다. 하늘을 가린 숲은 무더운 날씨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길이 계곡가로 이어진다. 등산로가 계곡과 만나는 지점에 첫나들이폭포가 있다.

아주 오래 전 바람이 없는 날에도 이곳에 떨어지는 폭포로 인해 바람이 일어나 ‘바람폭포’라 하였는데, 언제부턴가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으로 오를 때 첫 번째로 만난 폭포라 해서 ‘첫나들이폭포’라 부르게 되었다.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으로 오를 때 첫 번째로 만난 폭포인 첫나들이폭포.


첫나들이폭포는 위쪽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데크형 조망대를 만들어놓았다.

폭포는 아래쪽에서 보아야 제 맛인데 첫나들이폭포는 폭포 아래쪽으로는 갈 수가 없다. 폭포수는 10m 높이의 바위 틈 사이로 굽이치며 낙하한다. 굉음을 내며 낙하하는 폭포수소리가 천하를 호령하는 듯하다. 폭포 위쪽 바위에서 보는 폭포의 모습이 하얀 구슬 더미를 보는 것 같다.

첫나들이폭포 위쪽으로도 깔끔한 바위 사이를 뚫고 흘러오는 계류가 장관이다. 계곡은 하얀 물보라를 이룬 계류와 무뚝뚝한 바위가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첫나들이폭포에서 가내소폭포까지 가는 길은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걷게 된다. 눈으로는 아름다운 계곡을 바라보고, 귀로는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발걸음에 율동이 생긴다.

가내소폭포로 이어지는 한신계곡에는 이름만 없을 뿐이지 작은 폭포가 수없이 많다. 반석위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와폭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폭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폭포를 거친 물은 소를 이뤄 잠시 머물렀다 흘러간다. 의기양양하게 흐르던 물은 커다란 바위가 물길을 가로막으면 돌아서간다. 돌아갈 때가 되면 어김없이 돌아가고, 급경사를 만나면 폭포가 되는 물의 흐름에는 억지스러움이 없다. ‘무위’의 철학이 배어있다.

계곡의 바위들은 숙련된 조각가가 잘 다듬어놓은 것처럼 깔끔하고 흐르는 물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계곡은 조각전시장이나 다름없다. 맑은 물과 예쁜 바위 위로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유혹한다. 여름에는 녹색 잎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계곡의 멋을 고조시켜준다.

가내소폭포를 만나기 직전 한신계곡은 장터목대피소 쪽에서 내려오는 한신지곡을 만난다. 세석평전에서 내려오는 한신계곡 본류는 가내소폭포를 지나자마자 한신지곡을 만나 계곡의 규모를 키운다. 옛날에는 한신지곡을 통해 장터목대피소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가내소폭포 앞에 선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중간에서 살짝 속도를 줄였다가 2단으로 떨어진다.

가내소폭포.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중간에서 살짝 속도를 줄였다가 2단으로 떨어진다.


폭포수가 좁은 바위 사이로 힘차게 떨어지면서 웅장한 폭포가 만들어졌다. 우렁찬 소리는 사자가 포효하는 듯하고, 협곡을 타고 내려와 힘차게 쏟아내는 모양은 힘센 장사의 기개다.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진 폭포수는 검푸른 소(沼)에 몸을 맡긴다.

폭포수 위에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 잎이 비춰 무뚝뚝하고 음습해 보이는 가내소폭포가 부드럽고 우아해졌다. 사철 수량이 줄지 않는 가내소폭포에서는 숭엄한 기운이 넘쳐난다. 주민들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내소폭포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원래는 가내소폭포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는데, 10분 정도만 더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오층폭포까지 다녀오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가내소폭포가 남성적이라면 오층폭포는 여성적이다. 한신계곡에 있는 여러 폭포 중에서 가장 예쁜 폭포가 바로 오층폭포다.

다섯 개의 폭포가 구슬처럼 이어진 오층폭포.


다섯 개의 폭포가 구슬처럼 이어져 오층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위쪽 세 개의 폭포는 부드럽고 가냘픈 모습을 띠다가 네 번째, 다섯 번째 폭포로 오면서 커다란 바위를 에돌아가면서 세차게 폭포수를 쏟아낸다. 폭포마다 아래에는 돌이 패여 자연스럽게 탕이 형성됐다. 규모는 작지만 마치 설악산 십이선녀탕을 보는 것 같다.

폭포수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섬세한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폭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곧 폭포가 된 것 같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폭포 속에 내가 있고, 나 속에 폭포가 있다.

백무동으로 되돌아가면서 한신계곡의 아름다운 폭포와 바위, 맑은 물을 가슴에 담는다. 가슴속에 간직된 폭포수소리는 세속에서 무더위를 이기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티없이 맑은 물은 허황된 욕망을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는 죽비가 된다.

<장갑수·여행작가>

▶지리산 한신계곡은 세석평전, 장터목대피소 북쪽 계곡으로 가내소폭포 아래에서 한신계곡 본류와 지류가 만나 백무동으로 흘러간다. 한신계곡은 가내소폭포와 오층폭포, 한신폭포 등 수많은 폭포가 아름다운 계곡이다.
※코스 : 지리산백무동주차장→첫나들이폭포→가내소폭포→오층폭포(왕복)
※거리, 소요시간 : 편도 3.5㎞(왕복 7㎞), 왕복 2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주소 : 지리산백무동주차장(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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