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답니다 / 이현
2022. 07. 14(목) 19:34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왜, 동화 작가가 되셨나요?”

거창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멈칫 말문이 막힌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동화를 쓰게 되었다는 대답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솔직히 나의 글쓰기는 나를 위한 시작이었다.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고, 며느리도 아닌 오롯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내 안의 나를 만나, 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마음대로 울고 웃을 수 있어 좋았다. 현실 속 복잡한 역할들을 떠나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시간들이 좋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후웃!”

동화건 시건, 에세이건, 글을 쓰고 나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힘이 생긴다. 생각을 모아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내 안에 부유하고 있던 온갖 것들이 버려지고 모아지며 머리도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 얼마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순천도사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글쓰기도 ‘맑음’이었다.


“작가님, 글쓰기 너무 어려워요!”

“어렵다고요? 그럼요! 당연히 어렵죠. 어떻게 쉬울 수 있겠어요? 처음으로 쓰는 그림책 글쓰기가 쉽게 느껴진다면 반칙 아닐까요? 선생님은 지금도 어려워요. 뭔가를 써야 할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너무나 어렵고 힘들어요. 하지만 어렵고 힘든 만큼, 쓰고 나면 느껴지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죠.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죠? 여러분도 글쓰기의 참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을 통해 순천도사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도 그림책 작가’ 시간, 학생 개인별로 그림책을 출판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인 만큼 학생들의 열정이 뜨겁다.


“그림은요? 그림도 못 그리는 데 어떻게 해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기준이 뭘까요? 책상이면, 책상, 사람이면 사람, 어떤 풍경이면 풍경들을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똑같이 그려야만 잘 그린 그림일까요? 그렇다면 스웨덴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은 왜 유명할까요? 글을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애쓰지 마세요. 뭔가 멋져 보이기 위해 애쓰지도 마세요. 선생님은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안에 자리하고 있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나도 그림책 작가’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걱정이 많았다.

학생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야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학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쓱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주제와 소재도 예사롭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아이들의 의연함에 놀랐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랐다. 내 안의 나를 표현해 보는 시간, 내 안의 생각과 의견을 세상을 향해 외쳐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린이여서 실수할 수 있지만 항상 용기 있는 마음으로 헤쳐 나간다면 여러분 모두 이겨낼 수 있어요, 상대방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나쁜 말을 했으면 사과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내가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친구들이랑 즐겁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해요, 잠시라도 작가가 될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림책에 넣기 위해 학생들이 적어 놓은 ‘작가의 말’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이렇게 대견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다. 함께 한 시간 내내 필자를 설레게 한 순천도사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나도 그림책 작가’ 마지막 시간. 마음 꾹꾹 담아 쓴 손 편지로 나를 울컥, 감동하게 한 학생들의 가슴에도 설렘과 따뜻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글쓰기의 맛을 통해 또 다른 나를 찾고, 또 다른 나를 만나 꿈을 키우며 멋지게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7월의 푸른 하늘처럼.
많이 본 뉴스
  1. 1
    광주시·전남도·무안군 ‘공항 문제 3자 대화’ 결국 무산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추진했던 무안군과의 3자 대화가 결국 무…

    #정치
  2. 2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광주·전남경찰, 연말연시 집중단속

    광주·전남경찰이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 집중 단속에 나선다. 30일 광주·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사회
  3. 3
    市 조형물에 간판 붙였다 뗐다…동구 제멋대로 행정 ‘빈축’

    광주 동구가 광주시 푸른사업소의 조형물에 무단으로 ‘Chungjangro’라는 영문 간판을 달았다가 빈축…

    #사회
  4. 4
    콘텐츠 선도기업, 광주 스타트업 성장 돕는다

    문화콘텐츠 선도기업들이 광주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광주시는 30일 광주영상복합문화관에…

    #정치
  5. 5
    전남 자동차전용도로서 초소형전기차 시범운행

    전남도와 전남경찰청이 전국 최초로 12월1일부터 2024년 11월30일까지 1년간 초소형 전기차 자동차 전용…

    #정치
  6. 6
    ‘반짝이는 온동네’ 광주공동체 한마당

    광주지역 마을활동가들의 교류·소통의 장인 ‘2023 광주 공동체한마당’이 30일 서구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렸다…

    #정치
  7. 7
    광주 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원점으로’

    광주시 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광주시는 30일 “2030년 가연성 생활…

    #정치
  8. 8
    광주 도심 찾은 ‘겨울 진객’ 큰고니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추운날씨를 보인 30일 오후 도심근교 광주 광산구 산월동 영산강 산월2 방수제 인근에서 …

    #사회
  9. 9
    “소외된 이웃 돕기 위해 한 자리 모였다”

    “소외된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입니다.” 30일 오후 …

    #사회
  10. 10
    전남 전·현직 기초단체장들 항소심서 희비 엇갈려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종만 영광군수와 허석 전 순천시장의 희비가 항소심에서 엇갈렸다.…

    #사회

기사 목록

광주매일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