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7)박석면
농민·문화 연계 의식화로 민중 속 사회운동 앞장
함평 고구마사건 지휘·전남대 탈춤·인사대 극회 결성
“김남주 시인 살아있다면 봉심정 머물고 싶어했을 것”
2022. 06. 28(화) 19:58 가+가-
“생명을 불태운 노동자의 화신 전태일군과 신민당시 메마르고 거친 땅에 한송이 꽃으로 피어난 노동자의 꽃 김경숙양과의 결합은 이 땅 500만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응어리진 결정체다.”

전남대 인사대 극회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YH사건 여공 김경숙의 영혼결혼식을 극화해 1982년 계림동성당에서 민중들 앞에 선보였다.

위 내용은 박석면(66)이 극 중 영혼결혼식 주례사를 수기로 작성한 대본의 일부다.

박석면은 전남대 82학번으로 전남대학교 입학 후 탈반민속연구회와 인사대 극회를 결성하고 공연 등 문화운동을 통해 민주화 이념 전파에 앞장섰다.

그는 이에 앞서 70년대부터 농민운동을 하며 농민문화와 민중문화(탈춤 등)의 밀접한 관계를 깨닫고 의식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민중 속으로 파고들 방법으로 문화운동을 택했다.

박씨는 친형인 박석무(대동고 교사)의 제자들이었던 김효석, 조진형, 유석, 이덕준, 전경식 등과 인사대 극회를 결성했고, 봉심정을 찾아 민주주의 이념 전파를 위한 교육과 맹연습을 진행했다.

당시 논과 밭 주변이었던 봉심정은 소음과 감시를 피해 민주화 이념 공부와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연습하기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같은 학번과 7-8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났던 박씨는 노동운동과 시문학 공부, 민주화 등 앞선 의식을 가지고 여름방학 등 기간에 합숙을 진행하면서 강독과 토론을 이어갔다.

박씨는 친형인 박석무의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민주화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함성지 사건으로 친형과 김정길, 이강, 김남주 등이 투옥하면서 반유신운동에 대해 알게됐고, 이후 민주화의 필요성·현체체의 부당함 등을 깨달은 그는 이를 민중에게 알리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당시 광주일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유신철폐 운동을 수차례 진행했고, 75년 김상진 열사 추도식 진행에 전면 나서면서 유신독제 항거를 이유로 제적당했다.

이후 카프카서점을 드나들며 당시 김남주가 기거했던 봉심정에 함께 숙식하게 된다.

박씨는 봉심정의 날아갈 듯 붙어있는 현판을 기억했다.

저녁이 되면 매일 그곳을 찾았고 선배들과 민주화운동과 시문학에 대해 토론했다.

이후 대학진학에 실패한 박씨는 1977년 무안으로 낙향했고 배종열 회장의 추천으로 전국단위 크리스찬아카데미(의식화)교육을 이수하고 농촌문제의 본질, 관과의 싸움, 농민권력 향상 등을 위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농협 전남지부와 함평군 농협이 고구마 전량수매 공약을 불이행해 총 160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농민들이 피해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군단위 자생적 계조직인 ‘무안농사형제계’를 조직한 박씨는 1978년 선두에서 전국 73명의 전국 농민운동가와 8일간의 단식투쟁에 함께했다. 이른바 함평고구마 사건은 전국 단위 단식투쟁 돌입으로 번졌고 결국 당국이 피해보상 금액 309만원을 보상하고 마무리됐다.

박씨는 보상액은 약소할지라도 당시 농민들의 생사를 건 투쟁이라는 점과 일상투쟁을 통해 농업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지향하는 자주적 농민운동의 씨앗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박씨는 “봉심정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일부분으로 나와 같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모두가 그곳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김남주 시인이 지금 살아있다면 봉심정에서 머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추억에 잠겼다.

이어 “그곳을 거쳐간 수많은 민주열사들을 되새겨 옛 모습 그대로의 복원과 보존·민주정신 계승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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