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
“사회적 대화로 불평등·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한 실용적·혁신적 접근 필요
과감한 제도 개선·행정력 동원 상생 공동체 조성을
2021. 12. 27(월) 19:56 가+가-
광주형 일자리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됐다. 산업현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의 산파 역할을 했던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만났다.

▲최근 가을에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이란 책을 출간했던데?

-지난 8월에 쓴 책인데 한 달 만에 책이 완판돼 2쇄가 나왔고 지금도 서점에서 잘 팔리고 있다. 주 내용은 소년시절부터 노동현장을 경험한 한 사람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일자리를 필요로 하게 된 체험담과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했던 과정, 그리고 우리 지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독자들에게 전화를 받곤 하는데 특히 시대와 일자리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해 매우 기쁘다.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인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찾은 해법이 광주형 일자리다. 수십 년 간 간직한 저만의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실용적 접근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진영논리를 따라서도 안 된다. 누가 안 된다고 했으니 안 된다는 것이나 주변 사람들이 반대하니 나도 반대하는 일 따위를 용납하지 않았다. 사상이나 철학을 절대시 하지도 않았다. 그래야 실용적 접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혁신적 접근이다. 어떤 일이든 과거에 안 되었다고 다음에도 반드시 안 되는 건 아니다. 모든 발명이 그렇듯 단 한 번에 되질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자세다. 그동안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다시 같은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면 만들어지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성실과 집착이다. 다시 말해 지속성이다. 한 번은 되더라도 지속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목표를 향한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중심에 둔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전제로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우려도 많았는데?

-기대와 우려는 늘 새로운 일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없거나 알지 못하면 대체적으로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일이 많다는 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에 대한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관념에 사로잡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동안 일반적 시각은 일자리는 기업과 정부가 만드는 것이었다. 기업과 정부가 만들지 못하는 일자리를 지방정부에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민간일자리는 돈이 되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의 이윤 보장과 노동존중으로 노동자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는 모델이다.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말씀드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종래에는 노사민정이 함께 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일자리 차별과 불평등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인의식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지역민이 어려운 지역경제와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 서야한다. 노동은 경영을, 경영은 또 노동을, 그리고 노동과 시민이 함께 해야한다. 이것을 사회적 대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대화가 지속될 때 시대적 과제라고 하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다.

경제부시장 시절 많은 기업인과 노조 관계자들을 만났다. 광주형 일자리 정도면 얼마든지 투자하고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단체장의 리더십과 의지, 지역민의 참여와 협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제2,3의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계에 선 사람들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법제도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과감한 제도개선과 행정력을 동원해 더불어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숙련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서의 숙련이란 문제 해결 능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기술학원을 늘린다든지, 기술지식을 공급하고 습득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자리 경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재육성과 정책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대전환 시기를 맞아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 돼야 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는 캐스퍼의 인기가 높다. 박 전 부시장은 ‘캐스퍼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던데 향후 전망은?

-지금 추세로 보면 가히 ‘대박’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전계약 첫날 1만8천940대로 내연기관차 최다판매 기록 갱신했고, 그 뒤로도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의 흥행비결은 MZ세대의 성향에 맞춘 100% 온라인 판매와 디자인·안전성·공간성을 두루 갖춘 높은 상품성으로 분석된다. 또 광주시가 1대주주로 참여하고 지역에 있는 기업인들이 지분투자를 하면서 특정한 재벌기업이 아니라는 점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는 광주시민의 기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광주글로벌모터스가 노동 존중의 초심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들과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소통하면서 간다면 미래도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종행 기자
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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