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16)서울대 국악과 이지원씨
“세계에 남도 국악 알리는 소리꾼 되겠다”
어려운 가정형편 딛고 진도 국악고서 서울대 합격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부문 장원 영예
중학교 시절 강송대 무형문화재에 남도민요 사사
진도씻김굿·토속민요 등 다재다능한 인재되고파
2021. 09. 13(월) 21:05 가+가-

지난해 열린 진도국악고등학교 축제 ‘진향제’에서 이지원씨가 판소리 ‘흥부전’ 놀부 마누라 역을 맡아 놀보 박타는 부분을 연기하고 있다.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남도잡가 강송대 예능보유자에게 남도민요를 사사받은 이씨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본격 입문, 소릿길을 열기 시작했다.

‘진도 씻김굿’ 일본 공연을 마친 이지원씨가 카페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우리의 소리, ‘국악(國樂)’이 사라지고 있다.

국악은 우리나라에서 연주되는 모든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린 음악, 또는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을 의미한다.

예향 남도는 국악의 본고장이자 산실이다. 판소리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서편제와 동편제가 모두 전남에서 태동했다.

하지만 남도 국악은 위기를 맞았다. 국악의 전통을 이을 인재가 갈수록 줄고 있는 데다, 젊은 층의 관심을 끌 콘텐츠도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악 관련 무형문화재 10명 가운데 8명이 전통을 계승할 전수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고령과 건강 상 이유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무형문화재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전남 출신의 젊은 국악인이 ‘남도 국악’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서울대 국악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원(20)씨다.

이씨는 남도 음악의 성지 진도에서 태어났다. 진도는 판소리 명창 채수정, 신영희, ‘미스트롯’ 후 국민가수가 된 송가인을 낳은 곳이다.

이씨는 최근 진도 국악고 졸업자 중 5년 만에 서울대 문턱을 넘은 인재다. 자신을 “국악 판소리를 배우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실력만 뛰어난 명창이 아니라 인성을 겸비한 실력 있는 명창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선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보기 위해 견문을 넓히는 등 꿈도 크고 욕심 또한 갖고 있다.

그의 소리는 이미 입증됐다. 이씨는 제38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부문 첫 출전에 장원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또 각 지역의 전국대회에 참가해 교육감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전남도 으뜸 인재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제38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 첫 참가한 이지원씨가 많은 청중들 앞에서 본선 경연을 펼치고 있다.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는 으뜸 인재로 선정되면서 전공 공부를 위한 레슨비, 연습실 대여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줄였다. 그동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국악 공연 관람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연습실을 대여하지 못해 시간 제약이 있는 교내 연습실에서 연습도 제대로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어린이집 가방을 매고 국악을 공부하는 언니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국악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판소리와 민요에 흥미를 느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못해 판소리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어려운 형편에 고민하던 어머니가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길이 열렸다. 이씨가 소리 배우기를 간절히 원하자 어머니가 영재교육원 예술 분야에서 소리를 공부할 수 있는지 교육청에 문의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영재교육원은 본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입학할 수 있지만 간절히 원한 덕에 이씨는 시험을 볼 수 있었고 잠재력을 인정받아 3학년 때 입학에 성공했다. 영재교육원에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수강료 부담 없이 소리를 배울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전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남도잡가 강송대 예능보유자에게 남도민요를 사사받았다. 구성진 남도 소리에 흥미를 갖고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본격 입문, 소릿길을 열기 시작했다. 취미로 즐기던 판소리와 민요가 전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씨에게는 본인의 목소리로 만드는 음악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소리를 하면 행복하고 즐거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가 느끼는 국악의 첫 번째 매력은 느린 장단이다. 느린 장단의 국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두 번째는 노래에 담긴 ‘뜻’이다. 직접 노래를 부르며 접해보고 뜻을 알아갈수록 이해가 잘 되고 빠져든다. 이씨는 “판소리는 깊은 감동과 교훈을 주는 문학 예술”이라고 소개했다.
‘제12회 최계란 명창전국아리랑경창대회’에서 이지원씨가 중고등부 대상을 수상, 관계자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있는 모습.

이어 이씨는 “국악의 매력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한번 매력을 느낀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국악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가치관은 ‘간절하면 뭐든 해낸다’다. 그는 “솔직한 것과 간절함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며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하는 연습도 중요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 멘탈도 강점이다.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면 남들과 비교하기 쉬워지는데 그럴 수록 연습하고 좋은 생각과 책읽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살펴보는 재점검 시간을 가졌다.

지역 교육 환경과 관련, 이씨는 “전남지역에 문화유산이 많은 것은 장점이지만 이러한 것들을 배우고 이어가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생 때는 잠깐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 배움의 기회가 사라진다면 어떤 교육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씨는 “‘전남도 으뜸 인재’와 ‘전남 스타 200인’과 같은 인재 육성 정책과 지원이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많은 도움과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지역 별로 더 많은 지원이 생겼으면 하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현재 이씨는 국악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악을 소재로 한 콘텐츠 개발과 영상 제작을 통해 전국, 나아가 전 세계에 국악을 알리는 게 꿈이다.

이씨는 “전국으로 공연을 하러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재미를 주는 소리꾼이 될 것”이라며 “판소리뿐만 아니라 진도 씻김굿, 토속민요 등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인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인터뷰가 지역 인재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를 낳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임후성 기자
임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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