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의 사업 전면 재검토 선언으로 좌초 위기에 처한 1조5천억원 규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과 관련, 사업자 측과 지역 시민단체가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공사가 본궤도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여수지역 시민단체가 반대해온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법제도 상 투기 목적의 부동산으로 이용하기 힘든 만큼 양측이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해의 간극을 줄일 경우 조만간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미래에셋과 경도레지던스 건립 반대 범시민사회단체추진위원회(이하 범시민단체추진위) 등에 따르면 양 측은 지난 28일 여수선언실천위원회 사무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여수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참석했다.

미래에셋이 지난 20일 여수시의회 전체 의원 간담회를 통해 사업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지 8일 만에 마련된 만남에서 범시민단체추진위는 경도의 숙박시설이 늘어난 배경과 레지던스 건설 이유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경도와 (사업 성격이) 유사한 싱가포르 센토사가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를 도입해 비수기 슬럼화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지역에서 우려하는 투기 우려에 대해서도 개정될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법을 준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도에 건립될 레지던스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2021년 5월 4일) 적용을 받아 ‘숙박업 신고 필요시설’로 분류된다. 또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점에 대한 확인 및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이 이날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족을 인정한 데다, 범시민단체추진위도 상생 방안을 찾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사업 재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임영찬 범시민단체추진위 대표는 “어떤 결정을 하는 자리는 아니었던 만큼 대화를 해보려는 분위기 속에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자리였고 좋은 시간이었다”며 “미래에셋 측이 금융그룹의 특성 상 시민단체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레지던스와 관련, 임 대표는 “레지던스가 갑자기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관광단지는 착공하지 않고 레지던스부터 착공한다고 해 반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대표는 “대화를 해보니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으며 부정적인 시각은 아니다”며 “범시민단체추진위가 26개 단체로 구성돼 있는 만큼 의견을 취합한 뒤 6월 7일께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창선 미래에셋 부동산개발본부장은 “비공개 회동을 통해 레지던스와 관련 상당 부분 오해를 푼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범시민단체추진위의 입장이 나오면 경영진에서 판단해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1조5천억원을 들여 경도 일원 2.14㎢ 부지에 6성급 호텔과 리조트·골프장·상업시설·해상케이블카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의 복합 해양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1단계 사업으로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에 7천500억원을 투입해 11개 동(1천184실)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시민단체 등이 “미래에셋이 관광시설 대신 수익성이 높은 생활형 숙박시설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반대하자 사업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에 경도 주민들이 사업 재개를 촉구했으며 김영록 전남지사도 지난 27일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는 등 사업 재개를 위해 미래에셋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유현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미래에셋과 범시민단체추진위가 처음으로 만나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범시민단체추진위의 최종 입장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미래에셋이 지역사회의 반대 등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공사를 재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재정·여수=김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