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동쪽으로 지구가 자전하듯, 시간의 흐름이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출발하듯 한반도의 계절과 시간은 서해에서 시작됩니다.”

해양경찰이 한반도의 계절과 시간을 가장 먼저 지켜보고 봄을 알리는 파수꾼이자 전령사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의 봄이 최서남단 가거도에서 시작되는 가운데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흑산파출소 가거도출장소가 이곳에 위치해 있고 파출소 직원들은 24시간 불철주야 근무에 매진하고 있다.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3시간 30분 거리.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한국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이 섬의 정상(독실산 639m)에 서면 멀리 제주도가 보이고 중국 상해의 닭 울음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폭 2.5㎞, 길이 7㎞ 가량의 가거도는 한때 큰말(1구)에 200여 가구, 항리(2구)에 70가구를 비롯해 대풍리(3구)까지 모두 300여 가구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실제 100여 가구 남짓 사는 섬이다.

비록 거주민 수는 적지만 매일 이 섬에는 많은 낚시객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해양경찰은 이곳에서 이들의 해양안전과 치안, 그리고 해양오염 예방과 밀입국 감시 등의 해양 주권 업무를 수행한다.

여객선과 낚싯배가 무사히 항해하는지,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고 해변과 외딴 섬길을 순찰한다.

김치훈 가거도출장소장은 “출어한 낚시객 전원이 무사히 귀항했을 때 비로소 한시름 놓는다”며 “해상은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위험이 상존하기에 항상 구명조끼를 착용해달라”고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가거도 해경은 섬 방문객들의 안전 제고를 위해 때때로 육경(일반경찰)과 합동 순찰도 실시한다.

해양경찰이 해변 순찰을 돌 때 가장 든든하다는 항리(2구)의 한 할머니는 “해양경찰이 앞으로도 어족 자원 보호에 적극 나서 예전과 같은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대 할아버지 때부터 가거도가 고향이라는 임진욱(57·둥구펜션 주인)씨는 “해양경찰의 노력 덕택에 무사히 낚싯배를 타고 깨끗한 바다가 유지돼 섬 생활이 가능하다”며 해양경찰의 응급환자 이송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김치훈 소장은 “국토의 끝에서 삶을 영위하는 섬 주민들이 있기에 해양 주권이 유지된다”며 “올해는 불황과 코로나의 긴 겨울이 끝나고 국민 모두에게 근심걱정 없는 희망의 봄이 하루 속히 깃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목포=정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