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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시티 장성의 ‘색(色) 다른’ 디자인
유두석
장성군수

2020. 11.22. 18:26:18

황룡강 가을꽃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몇 주 전, 장성호 하부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장어정식거리가 조성되고 있는 미락단지에 위치한 그 커피숍은 올해 처음 문을 열었음에도 인기가 높다. 주말,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적지 않은 손님들이 찾는다. 언론의 주목도 받고 있다. 몇몇 매체에서는 특집기사로 다루기까지 했다. 새로 생긴 커피숍이 이 정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특이하고도 기발한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해당 커피숍은 과거, 오래된 모텔 건물이었다. 건물을 매입해 영업을 시작한다면 리모델링(remodeling)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신축 건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커피숍은 다른 길을 택했다. 모텔이었던 건물의 ‘역사’를 디자인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커피숍 내부는 지나간 시간이 남겨놓은 흔적들로 빼곡했다. 룸(room)을 나누던 벽면 일부는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심지어 한쪽 구석에는 침구류가 갖춰진 침실까지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그 모습이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화로웠으며, 참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 지닌 매력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외면당했던 것들에게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고, 이전보다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디자인 작업이 지닌 놀라운 힘이다.

이를 처음 목격한 것은 과거 영국 국비유학 중 관람했던 ‘첼시 플라워쇼’에서였다. 유럽 정원문화의 주인공임을 자부하는 영국에서도, 첼시 플라워쇼는 그 정수(精髓)를 확인할 수 있는 최대 이벤트로 손꼽힌다.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과 함께, 정원과 공간 디자인에 관한 최신 유행의 흐름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서 필자는 꽃과 나무, 건물과 공간이 조화롭게 디자인되었을 때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향땅 장성의 군수로 일하면서 추진한 ‘황룡강 노란꽃잔치’는 유학 시절,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던 구상들을 지역 현실에 접목시킨 결과다. 추진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문구(the buck stops here)를 떠올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매진했던 기억이다.

수풀만 우거진 채 버려졌던 황룡강에 꽃을 심어 디자인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축제 역시 3년 연속 100만 방문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제 황룡강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장성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한편, 황룡강에서 시작된 도시 디자인은 장성 전역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바로, 황룡강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황룡강에서 착안한 노란색으로, 무채색이었던 삶의 터전을 따스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있다.

장성읍 중심로의 옐로우 루버월과 장성역 지하차도 내벽 등 다양한 시설물에 적용된 공공 디자인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활기찬 생동감을 전한다.

그런가 하면, 삭막하기만 하던 고려시멘트 공장 사일로(silo)에는 웅장한 황룡 그림을 그려 도시 미관을 개선시켰다. 마을 전체가 벽화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경우도 있다. 북하면 약수마을에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가게 간판을 벽화로 그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특색 없던 조용한 마을이 ‘벽화 거리’로 불리며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청운교 하부에 조성된 옐로우 디자인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이 높다. 청운교 하부는 장성읍으로 진입하는 관문 가운데 하나여서 상시 교통량이 많다. 특히, 하부의 통행로는 청소년들이 통학 시 이용하는 곳으로, 안전을 위해 밝고 청결한 환경이 꼭 필요했다. 장성군은 조명과 루버월을 설치하는 등 기존 시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통행로 벽면 거푸집 문양에 색을 입혀, 네델란드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예술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장성군이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통한 공공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치의 재발견’으로 지역에 활력을 더하고, 전남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도시가 변화하면 사람이 모여들고, 사람이 모여들면 다시 도시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는 자원이 부족한 내륙 소도시인 장성군의 생존 전략이요, 자구책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성군의 합계출산율(1.74명)이 전국 네 번째로 높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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