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오십 한 번째 괘는 진위뢰(震爲雷)이다. 진(震)은 ‘대’(代)를 잇는 장남, 장자, 천둥, 우레, 봄, 분동(奮動), 위세(威勢), 대성(大聲), 결단(決斷), 두렵고 놀래는 공악(恐愕)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진의 소성괘 두 개가 있는 중괘(重卦)이니 진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8개의 중괘 중에 건곤감이(乾坤坎離)는 상경의 첫부분(1,2)과 마지막 부분(29,30)에 배치했고, 진간손태(震艮巽兌)는 하경의 가운데 (51,52,57,58) 부분에 있다.

진괘가 정괘 다음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그릇을 주장하는 자는 장남만 같은 이가 없으므로 정괘로 이어 받는다’고 해 ‘주기자 막약장자 고 수지이진’(主器者 莫若長子 故 受之以震)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鼎)이란 것은 위치가 정해진 것이니 그 정한 위치를 계승하는 것은 장자이므로 정괘 다음에 진을 배치한 것이다. 그래서 진을 장남이라 하고 대(代)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괘의 상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상하괘 무두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어 괘의 이름을 ‘진괘’(震卦)라 한 것이다. 천둥이 일고 번개가 치는 것은 생명체를 놀라게 하거나 죽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성장을 촉진해 결실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초봄에는 땅 속의 생명체들이 움터 올 수 있도록 일깨워 자극하고 봄에 꽃이 핀 뒤에는 늘어져 있는 초목들로 하여금 여름 채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사에서는 단체의 기강쇄신을 위한 얼 차례를 하는 것이고 맥(脈)과 기(氣)가 약한 사람에게는 침을 놓는 이치이다. 좋은 의미로 진괘가 발동(發動)하면 큰일을 완수할 수 있고 나쁜 의미로는 남과 다투고 싸우며 망동(妄動)할 수 있다. 소리만 크고 실속이나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진괘의 상을 보면 천둥 우레가 쳐서 백리에 걸쳐 놀라게 하는 진경백리지과(震驚百里之課)의 모습이고 두 마리의 용이 옥을 가지고 노는 쌍용롱주지상(雙龍弄珠之象)이며 소리는 있으나 형체가 없는 유성무형지상(有聲無形之象)이고 용감하게 하늘을 날라 나아가는 비행용진지의(飛行勇進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진괘 괘사는 ‘진 형 진래혁혁 소언액액 진경백리 불상비창’(震 亨 進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이다. 즉 ‘진괘는 형통하다. 천둥이 치면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지만 천둥소리에 놀라지 않고 태연히 웃고 말한다. 천둥소리가 백리를 놀하게 할 때도 종묘의 제주는 제기와 술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진(震)은 진동해 나가는 것이므로 매사 형통하고 통달한다. 그러나 사람을 두렵게 하고 놀라게 하는 격렬한 세력으로 다가오니 이를 ‘진래혁혁’이라 했다. ‘혁혁’(虩虩)은 두려워 놀라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나가 버리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웃고 까불고 안심하여 미소 짓는다는 것을 ‘소언액액’(笑言啞啞)이라 했다. 진(震)은 멀리까지 놀라게 하는 것이니 ‘진경백리’(震驚百里)라 했고 진은 한나라, 한 집의 대를 잇는 장자로서 장자는 강한 모습으로 동요되지 않아야 하므로 놀라는 일에 직면해서도 ‘비창’(匕鬯)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비(匕)는 제사 지낼 때 쓰는 숟가락이고 창(鬯)을 향기가 좋은 제단에 올리는 술로 장자로서 후계를 이어야 하니 조상을 모시는데 필요한 비창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괘사에 대해 단전에서는 다음과 설명하고 있다. 벼락과 천둥(震雷)은 맹렬한 세력을 다가오지만 실제 피해는 없다. 놀라고 무섭지만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놀라고 경계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긴장시켜서 움직이게 한다. 결과적으로 긴장을 풀리게 한다. 만물을 진작(振作) 시키는 생기(生氣), 원기(元氣)에 해당하므로 이것이 복을 불러온다고 해 ‘진래혁혁 공치복야’(震來虩虩 恐致福也)라 말했다. 진래는 원래 봄에 나와서 가을에 숨는다. 봄에 들리는 춘뢰(春雷)는 뇌지예(雷地豫)에 해당해 예의 대상전에서 ‘우레가 땅 위로 분출해 나오는 것이 예’라고 해 ‘뇌출지분예’(雷出地奮豫)라 했고, 여름에 들리는 하뢰(夏雷)는 뇌천대장괘(雷天大壯)로 ‘우레가 하늘에 있는 것이 대장’이라고 해 ‘뇌재천상대장’(雷在天上大壯)이라 했으며, 가을의 추뢰(秋雷)는 택뢰수(澤雷隨)로 ‘못 속에 우레가 있는 것이 수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날이 저물면 들어 앉아 먹고 마시며 때를 기다리며 즐겁게 쉰다’고 해 ‘택중유뢰수 군자이향회입연식’(澤中有雷隨 君子以嚮晦入宴息)이라 해 천둥 번개의 활동도 때가 있고 법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은 백리를 놀라게 하므로 멀리 있는 사람도 놀라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두렵게 하니 세력이 강하다. 따라서 미리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진이 멀리 있거나 가깝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외내괘에 두 개의 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진경백리 경원이구이야’(震驚百里 驚遠而懼邇也)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진이 공포스럽고 무섭다는 것을 미리 알아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있으면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진은 장자로서 비창(匕鬯)을 잃지 않으므로 조상 대대로 나라를 지키고 제사를 이어 받아 지내며 ‘나아가 종묘사직을 지켜 제주가 된다’고 해 ‘출가이수종묘사직 이위제주야’(出可以守宗廟社稷 以爲祭主也)라 말했다. 진의 상은 ‘풍류 ‘악’(樂)으로 음악을 뜻해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神)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예악(禮樂)과 병행해 사용했다. 상전에서는 ‘거듭한 우레가 진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두려워하고 조심해 수양하며 살펴본다’고 해 ‘천뢰진 군자이공구수성’(洊雷震 君子以恐懼修省)이라 말함으로써 군자는 우레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기 자신을 살피고 덕을 닦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서죽을 들어 진괘(震卦)을 얻으면 진은 떨쳐 일어나 움직이는 ‘분동’(奮動)한다는 의미니 힘을 내 대사(大事)를 성사시킨다고 보는 것은 길운이고 다투거나 망동(妄動)하거나 소리뿐이고 모양이 없다는 점에서는 흉운이다. 길흉 판단은 효변(爻變)을 보고 판단한다. 사업, 거래 등에서는 열심히 힘써 나가므로 발전을 볼 때이지만 세력을 등에 업고 밀어 붙이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진이 겹쳐 있어 두 가지 일을 추진 경영하는 상이지만 하나의 정해진 일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하괘 주효 이외의 진은 삼·사·오효에 감수(坎水)가 숨어 있어 어려움이 많다. 모든 일은 변동이 많고 실행을 동반하지 않는 일도 많아 일을 결정할 때에는 사전 조사 등을 통해 면밀히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운기, 운세점에서는 처음 크게 놀라는 일이 있고 처음보다는 약하지만 또 놀랄 일이 있으나 해(害)는 크지 않다. 원하는 일 등은 노력은 하고 있어도 상대방이 쉽게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통달이 어렵다. 내괘의 진에 대하여 외괘의 진은 도간(倒艮)으로 멈춰 거절하고 등 돌려 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담판이나 교섭 등은 추진세력이 너무 강해서 중도에 좌절하기 쉽다. 진은 모양이나 형태가 없는 기운(氣運)이기 때문에 상거래 등 실리(實利)를 추구하는 점에서 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에서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으며 이익과 관련해서는 항상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생긴다. 주소 이전이나 전근 등 가정 내에 문제가 있거나 근무처에 변동하는 일이 있다. 호괘(互卦)에 수산건(水山蹇)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내부에 나가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생각대로 되지 않고 화가 나거나 분개할 일이 생긴다. 혼인은 두 번 반복하는 상으로 초혼은 좋지 않고 재혼은 좋다. 잉태는 초기에 놀랄 일이 있으나 임산(臨産)에서는 무사하다. 병은 간항(肝亢), 비쇠(脾衰), 위경련, 정신병, 발광, 여자의 히스테리, 불면증, 온몸에 쥐가 나서 근육이 뒤틀려 오그라지는 병, 남자의 아랫배와 생식기에 탈이 생겨 붓고 아프거나 각기병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 등으로 심한 경우도 많고 변동이 심하다. 기다리는 일은 속히 소식이 있고 가출인은 진은 달아난다고 보아 두 개가 겹쳐 있으나 상대방이 있고 그 뒤를 쫓아간다고 본다. 또한 가출인의 뒤를 지금 찾으러 쫓아갔다고 보는데 진은 시끄럽다고 보기도 하니 일 없이 그냥 끝나버려 가출인은 돌아온다고 판단한다. 유실물은 왕래하면서 움직이다가 떨어뜨린 것으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잃어버린 물건은 신선하지만 영속성이 없고 금방 질이 떨어진다. 물건의 가치는 눈이 뛰어나올 정도로 비싸고 질이 최상급이지만 바로 보통가격이 되고 만다. 날씨는 천둥 번개 치면서 비가 오나 금방 개여 맑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