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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광주정신포럼]“5·18의 아카이브 ‘넝마주의 정신’ 필요하다”

2020. 05.14. 19:59:47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광주정신포럼이 14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다목적강당에서 ‘기억과 기록의 성찰1-5·18증언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렸다./김애리 기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80년 광주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향후 5·18이 시민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기록의 중요성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최근 조사개시를 선언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미완의 숙제로 남은 오월 광주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80년 당시 사건의 정황과 진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의 증언이 이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에 광주매일신문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함께 14일 오후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기억과 기록의 성찰1-5·18증언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주제로 ‘5·18 40주년 광주정신포럼’을 개최했다.

◇참석자
●발제=김정한 전 국방부 5·18특조위 조사관(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 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토론=▲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김형국 국가기록원 연구협력과장 ▲오성수 광주매일신문 편집국장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실장

◆발제=김정한 전 국방부 5·18특조위 조사관
5·18진상조사 과정에서 5·18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실관계들은 체계적으로 다시 정리하고 발포책임자와 지휘체계, 행방불명과 암매장, 계엄군 성폭력 등에 관한 진상을 밝히는 과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5·18의 새로운 증언들을 발굴해 청취·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동안 5·18의 과거청산에서 배제된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5·18 증언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후세대에게 5·18이 어떻게 기억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일 수 있다.

증언할 수 있는 조건과 말할 수 있는 조건이 필수적이다. 증언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증언자는 자신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 자신의 이야기가 적절한지, 또 사람들이 믿어줄지 두려워할 수 있다.

5·18의 왜곡과 폄훼도 증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증언자는 자신이 경험한 것과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말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혹시 5·18의 진실과 어긋나서 왜곡과 폄훼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염려는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또한 국가기관 차원의 진상조사도 증언과 관련해 양면적일 수 있다. 한편으로 국가기관의 공식 조사 과정은 숨어 있던 증언들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법적 관점을 전제하는 국가기관의 진상조사는 5·18의 사실관계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증언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증언자를 침묵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과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5·18기록물의 개방성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들이 시급히 공개돼야 하고,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활용될 수 있는 방식이 모색돼야 한다. 온라인 열람이 가능하도록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둘째, 5·18의 포스트-메모리다. 후세대가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시민들의 저항과 활동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넝마주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넝마주의는 도시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게 수집하는 자이다. 5·18의 아카이브는 오늘날 혹시 어떤 기록이 누군가에 쓰레기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을 보물로 다루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넝마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 “기록물 수집·분류·연구활동 지속” -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기록물은 활용하기 위해 수집·보관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보관 공간의 확보는 물론 모든 기록물을 디지털 자료로 전산화해야 한다. 전산화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고 향후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예상해 가급적 단순하게 DB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5·18자료를 분류하는 데는 전문가의 평가와 해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집된 자료를 평가하고 해제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인력 풀을 ‘위원회’ 형태로 상설화 할 필요가 있다.

기록관은 수집된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해제작업과 연관된 문제이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기록물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가치를 재발견하고, 회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장 자료의 내용을 외부로 알려야 한다. 자료 연구를 전담할 학예연구사를 배치하고, 기록물을 성격별로 분류하면서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기록물 연구는 자료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도를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기록물은 비록 과거에 생산된 것이지만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중한 일차 자료다. 당면한 사회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기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기획이 필요한 이유다.


◆ “5·18 기억, 아카이브 구축해야” - 김형국 국가기록원 연구협력과장
‘5·18 기억’의 사회적 기억화를 위해서는 아카이빙이 필수적이다. 아카이빙은 기억을 수집하고 축적하는 행위이며, 아카이브는 축적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억수집·보존기관이다.

현재 5·18 관련 기록은 5·18 단체, 연구소, 국가기록원, 국방부, 검찰청뿐만 아니라 언론사, 미국 국가기록청 등 해외 아카이브 등에 산재돼 있다. 이러한 기록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수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18 기록관이 가치 지향적이고 능동적으로 아카이빙을 주도해야 하며, ‘5·18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 ‘5·18 아카이브’는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아카이빙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기록을 정리하고 공개하고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5·18 기록관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참여형 아카이브로 운영돼야 한다.

또한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이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철저한 이용자 지향에 근거한 참여적 가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아카이브에 접근해 각자의 견해를 제공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5·18 아카이브’는 다른 어떤 아카이브보다는 서비스를 핵심가치로 삼아야 하며, 5·18 기록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은 빠짐없이 정리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서비스돼야 한다.


◆ “5·18기록관으로 기록물 일원화” - 오성수 광주매일신문 편집국장
5·18 증언들을 기억·기록하고, 일부는 재현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5·18 역사는 다양하고 많다. 그중에서도 당시의 희생자들과 참가자들 또는 목격자들의 각종 증언과 목격담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역사다. 5·18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 모습을 제대로 복원해 후세에 남기는 일은 우리의 임무이다. 그 단초는 흔적과 기억이다. 기억을 모아 역사를 만들고 진실규명에 기여해야 한다.

증언의 진실과 기억은 기록을 통해 표출되는 만큼 기록은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각종 증언과 구술의 방대함으로 일부는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헬기사격 목격담의 증언 번복이나 수정, 거짓 증언의 가능성 등으로 기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밀한 검증과 고증이 필요하다.

또한, 5·18 증언들을 잘 정리하고 기록화 해 광주정신을 확산하고 기억되도록 해야 한다. 5·18기념재단과 5·18기록관 등에서 기록 등을 전시 홍보하고 있는데 기록관으로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단순히 구술 증언 채록을 넘어 5·18 진상을 영상화하는 작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5·18의 소중한 증언 기록에 일조할 것으로 사료된다.


◆ “진상규명, 구술채록이 큰 역할” -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 실장
5·18뿐 아니라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증언’의 역할일 것이다. 4·3진상규명운동에서 진상규명의 주요한 과제는 구술채록과 문헌자료 조사와 수집을 통해 이뤄졌다.

2000년 제정된 4·3특별법에 근거해 구성된 4·3위원회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해 4·3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함으로써 4·3의 공식역사를 새롭게 썼다. 4·3위원회는 보고서 작성뿐 아니라 12권의 4·3자료집을 펴냄으로써 4·3 관련 문헌자료를 하나로 모으고자 했다.

또한 수형인명부, 판결문, 형무소 재소장 등 행형 기록을 조사했다. 특히 행형기록은 4천명이 넘은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피해를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그리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맥아더사령부 등 미국 현지 조사를 진행해 4·3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503명의 국내외 구술채록을 병행해 4·3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했다. 특별법 제정은 엄혹한 시간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증언에 나설 수 있는 바탕이 됐다.

4·3과 5·18은 시기와 성격이 다르기에 5·18을 담은 개인의 기록들이 좀 더 많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4·3에서는 찾기 힘든 개인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기록일 것이다. 이를 통해 5·18을 기억하는 노력이 좀 더 다양하고, 5·18을 기억하려는 발걸음이 좀 더 굳세기를 바란다.

/정리=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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