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호남을 지켜보고 있다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17. 08. 08(화) 19:02 가+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촛불혁명’의 결과물이기도 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호남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되는 상황은 호남 출신 파워 엘리트들의 대거 등장이다. 정부와 청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호남정부’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호남 정부”



우선 전남도지사 출신의 이낙연(영광) 국무총리가 있다. 부총리 2명 중 1명인 김상곤(광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호남이다.

또 박상기(무안) 법무부 장관, 김영록(완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현미(정읍) 국토교통부 장관, 장관급인 문무일(광주) 검찰총장, 나종민(광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고형권(해남) 기획재정부 1차관, 안병옥(순천) 환경부 차관, 이수진(광주) 여성가족부 차관, 권덕철(남원) 보건복지부 차관, 조현(김제) 외교부 2차관, 심보균(김제) 행자부 차관, 최수규(전주)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용범(무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차관급인 박균택(광주) 법무부 검찰국장, 고삼석(해남)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노형욱(순창)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등도 호남이다.

차관급 정부기관장에는 김재현(담양) 산림청장, 황수경(전주) 통계청장, 이철우(남원) 새만금개발청장, 라승용(김제) 농촌진흥청장 등이 포진해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기관 등에도 호남 출신은 즐비하다. 임종석(장흥)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광주) 정책실장, 윤영찬(전주) 국민소통수석, 한병도(익산) 정무비서관, 진성준(전주) 정무기획, 김금옥(군산) 시민사회비서관, 김우호(고창) 인사비서관, 조용우(순천) 국정기록비서관, 이호승(광양) 일자리기획비서관, 유송화(고흥) 제2부속실 비서관, 이상철(나주) 국가안보실1차장이 그들이다.

이밖에 장관급인 이용섭(함평)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광두(나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있다.

또 앞으로 발표될 청와대와 정부의 각종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장의 수장도 호남 출신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기관 인사도 호남 약진



권력기관 인사에서도 호남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단행된 검찰 고위인사를 보면 검사장 승진 12명 중 3명, 고검장 승진 5명 중 2명이 호남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총 승진자 17명 중 5명(29.4%)이 호남이란 것으로, 과거 보수정권과 비교할 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고 있는 것과 관련, 각 부처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기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 지인이 전해준 말을 종합하면 호남 인사의 약진에 대해 타 지역 관계자들이 보는 시각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그들은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눈빛과 표정, 또는 손가락질로 시니컬한 느낌을 드러낸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호남의 뒤통수에 대고 해대는 비언어적 행동은 ‘그래? 어디 니들이 얼마나 잘 하는지 두고 보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공직사회에서 호남 출신 공무원들은 타 지역과 다른 심리적 부담을 갖고 생활해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모처럼 동향 사람들끼리 모여 점심 식사를 한 경우, 함께 본부·본청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뿔뿔이 흩어져 귀청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밥을 산 선배가 “호남사람들 몰려다닌다”란 말 듣기 싫어 함께 식사한 후배들에게 “먼저 가. 담배 좀 사가지고 갈게”라는 변명 하닌 변명을 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는 전설은 지금도 회자된다.



호남 공직자들 당당해져야



하지만, 이제는 당당해져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받았던 심리적 압박을 스스로 끊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호남출신 공직자들은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국가와 민족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셔야 한다. 그동안 인재의 균형발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나라 발전에 얼마나 마이너스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시켜주셔야 한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돼왔던 호남에 대한 일부의 편견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이었는지, 또 특정 지역이 갖고 있던 ‘우월감’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셔야 한다.

누군가 호남의 뒤통수를 째려보고 있다고 해서 그대들 기죽지 마시라. 당당히 공직을 수행하시고, 멋지게 임기를 마치시라.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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