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이중섭은 없다”…70년 신화에 던진 질문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이중섭 신화, 거꾸로 보기’ 출간
탄생 110주년·사망 70주년 맞아 국민화가 재조명
비운의 천재·순애보 뒤 가려진 성장, 예술세계 추적
탄생 110주년·사망 70주년 맞아 국민화가 재조명
비운의 천재·순애보 뒤 가려진 성장, 예술세계 추적


- 재생 준비중
2026. 10. 18(일) 19:57 가+가-
![]() ![]() |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이중섭은 과연 실제의 모습일까?
이중섭 탄생 110주년이자 사망 70주년을 맞아 미술사학자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신간 ‘이중섭 신화, 거꾸로 보기’를 펴냈다.
책은 지난 70년간 대중에게 각인된 ‘천재 이중섭’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식민지와 해방,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화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천재 이중섭은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이중섭의 예술적 성취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천재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그의 노력과 교육, 실험과 성장 과정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이중섭이 스스로를 ‘화공( 工)’이라 불렀다는 사실이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작품을 완성한 천재가 아니라 그림을 천직으로 삼아 끊임없이 정진한 화가였다는 해석이다.
책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중섭의 성장 과정부터 다시 추적한다. 평양의 문화적 환경과 오산학교 시절, 류영모·함석헌의 영향, 임용련·백남순 부부에게 받은 미술교육을 살펴본다. 일본 제국미술학교와 문화학원 유학 시절을 거쳐 자유미술가협회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적 토대가 형성된 과정도 짚는다.
특히 1930-40년대 일본 화단에서 이미 소를 주요 소재로 작품을 선보이고 초현실주의와 전위미술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중섭이 전쟁과 가난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천재가 아니라 당대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성장한 전문 화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존의 작품 평가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다. 저자는 연인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의 성격이 강한 엽서화를 모두 독립된 미술작품으로 평가하는 관행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40년대 초 제작된 엽서화와 1950년대 피란기에 완성한 은지화를 비교하며 구성과 묘사력, 주제의식에서 나타나는 차이도 분석한다. 두 시기의 조형적 변화는 이중섭이 처음부터 완성된 천재가 아니라 경험과 실험을 통해 성장한 화가였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이중섭의 비극적인 가족사도 낭만적인 순애보의 틀에서 벗어나 바라본다.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담겼지만, 동시에 지나친 의존과 집착, 가장으로서의 좌절과 무력감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병원 입원과 영양실조, 고독 속에서 맞은 죽음 역시 ‘천재의 광기’가 아닌 전쟁과 분단, 빈곤으로 한 인간이 무너져간 과정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또 황소와 아이들, 물고기, 복숭아, 닭과 까마귀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를 분석하고 원형 구도와 일필휘지의 선, 은지화의 독특한 기법을 통해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책은 모두 13부로 구성됐다. 이중섭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화단 활동, 피란생활과 가족사, 작품의 소재와 기법을 폭넓게 다뤘으며 주요 참고문헌과 연보도 수록했다.
한편 저자 윤범모(사진) 대표이사는 제20·21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으며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초대회장,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광주비엔날레 창립 집행위원과 특별전 책임큐레이터로도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근대미술: 시대정신과 정체성의 탐구’, ‘한국미술론’, ‘현대미술관장의 수첩’ 등이 있다.
![]() ![]() |
이중섭作‘비둘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오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