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씨앗 / 주홍


- 재생 준비중
2026. 10. 15(목) 19:06 가+가-
“오월어머니들의 그림이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고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삶을 회복하게 될 겁니다.”
2022년부터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매주 수요일 그림농사 수업을 하면서 나는 이런 말로 상처 깊은 어머니들을 응원하고 치유의 세계로 안내했다.
“오메, 우리 미술선생님은 별말을 다 허요! 세계적으로 겁나게 유명한 작가들이 비엔날레에서 전시헌디 국민학교도 못 나온 내 그림이 거기 걸리것소?”하면서 오월어머니들은 말도 안되는 허망한 꿈을 꾼다고 하셨다. 그림 수업시간에 어머니들을 응원하면서 자주 했던 말이 씨앗이 돼 진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장 중앙에 322점이 걸렸다.
한 번에 모두 보여줄 수 없어서 2회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9월5일부터 10월11일까지 강해중, 김옥희, 김점례, 이숙자, 임근단, 임금자, 장명희, 장삼남, 정귀순, 한양님, 10명이 그린 161점이 전시됐고 10월13일부터 11월5일까지 김순심, 김형미, 박순금, 박화순, 안성례, 윤삼례, 윤화숙, 이명자, 이정덕, 주암순, 11명이 그린 161점으로 교체 전시된다. 21명의 오월어머니들이 매주 모여 그림을 그리며 함께 했던 시간의 축적이다.
그림을 그리며 ‘기억’하고, 울고 웃고 정을 나누며 서로 ‘공감’했고, 자기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고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사회적 ‘연대’를 하며 나아가는데 그림 그리기와 전시회는 큰 힘이 됐다.
2022년 메이홀에서 오월어머니들의 그림 농사라는 제목으로 첫 전시를 했을 때, 개막식에 오신 오월어머니들 한 분 한 분께 참여작가 이름표를 목에 걸어드렸다. 이름표를 보며 울먹였다. “내 이름으로 살아본 것이 처음이네. 화가도 아닌 나에게 이름표를 걸어주니 눈물이 나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다. 존재하게 하는 의미. 그때 90세가 넘은 진도 출신 한양님 어머니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오목가슴을 치면서 살아오셨는데 가슴에 꽉 박힌 대못이 빠진 느낌이라고 하며 판소리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셨다. 예술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다. 카타르시스다.
‘말의 힘’과 ‘그림의 힘’은 쎄다. 반복하면 현실이 된다. 언젠가 내가 했던 말이 갑자기 이뤄져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오월어머니들 미술수업에 격려의 마음으로 했던 말들이 현실이 돼 본전시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장면이 그렇다. 싱가포르의 호추니엔(Ho Tzu Nyen, 197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전시를 준비하며 오월어머니집에 찾아왔다. 건물 2층에 가득 차 있는 오월어머니들의 그림들을 보고 큰 감명으로 참여가 결정된 것이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2026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변화다. ‘삶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가 팔다리가 없는 고대 조각의 파편 ‘아폴로의 토르소’를 바라보다가 이전과 똑같이 살아갈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의 내적 질문을 쓴 시의 마지막 줄이다. 그러니까 고대의 작품이 말한 것을 시인의 영감으로 받아 적은 시다. 1908년에 발표된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안에서는 눈망울이 무르익어 갔을,
그 알 수 없는 머리를 우린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뒤틀려 박혀 가만히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몸뚱어리는 커다란 가스등처럼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 가슴의
곡선이 너의 눈을 부시게 할까, 또 살포시 뒤틀린
허리로부터 어찌 한 가닥 미소가
생식을 품은 가운데 쪽으로 번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 돌덩이는 두 어깨의 투명한
추락 아래 짤막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으리라.
또 맹수의 가죽처럼 그렇게 반짝이지도 못했으리라.
또 별처럼 그렇게 제 모든 가장자리에서 빛을
내지도 못했으리라. 너를 바라보지 않는 곳이란
한 군데도 없으니까.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22년부터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매주 수요일 그림농사 수업을 하면서 나는 이런 말로 상처 깊은 어머니들을 응원하고 치유의 세계로 안내했다.
“오메, 우리 미술선생님은 별말을 다 허요! 세계적으로 겁나게 유명한 작가들이 비엔날레에서 전시헌디 국민학교도 못 나온 내 그림이 거기 걸리것소?”하면서 오월어머니들은 말도 안되는 허망한 꿈을 꾼다고 하셨다. 그림 수업시간에 어머니들을 응원하면서 자주 했던 말이 씨앗이 돼 진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장 중앙에 322점이 걸렸다.
한 번에 모두 보여줄 수 없어서 2회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9월5일부터 10월11일까지 강해중, 김옥희, 김점례, 이숙자, 임근단, 임금자, 장명희, 장삼남, 정귀순, 한양님, 10명이 그린 161점이 전시됐고 10월13일부터 11월5일까지 김순심, 김형미, 박순금, 박화순, 안성례, 윤삼례, 윤화숙, 이명자, 이정덕, 주암순, 11명이 그린 161점으로 교체 전시된다. 21명의 오월어머니들이 매주 모여 그림을 그리며 함께 했던 시간의 축적이다.
그림을 그리며 ‘기억’하고, 울고 웃고 정을 나누며 서로 ‘공감’했고, 자기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고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사회적 ‘연대’를 하며 나아가는데 그림 그리기와 전시회는 큰 힘이 됐다.
2022년 메이홀에서 오월어머니들의 그림 농사라는 제목으로 첫 전시를 했을 때, 개막식에 오신 오월어머니들 한 분 한 분께 참여작가 이름표를 목에 걸어드렸다. 이름표를 보며 울먹였다. “내 이름으로 살아본 것이 처음이네. 화가도 아닌 나에게 이름표를 걸어주니 눈물이 나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다. 존재하게 하는 의미. 그때 90세가 넘은 진도 출신 한양님 어머니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오목가슴을 치면서 살아오셨는데 가슴에 꽉 박힌 대못이 빠진 느낌이라고 하며 판소리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셨다. 예술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다. 카타르시스다.
‘말의 힘’과 ‘그림의 힘’은 쎄다. 반복하면 현실이 된다. 언젠가 내가 했던 말이 갑자기 이뤄져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오월어머니들 미술수업에 격려의 마음으로 했던 말들이 현실이 돼 본전시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장면이 그렇다. 싱가포르의 호추니엔(Ho Tzu Nyen, 197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전시를 준비하며 오월어머니집에 찾아왔다. 건물 2층에 가득 차 있는 오월어머니들의 그림들을 보고 큰 감명으로 참여가 결정된 것이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2026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변화다. ‘삶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가 팔다리가 없는 고대 조각의 파편 ‘아폴로의 토르소’를 바라보다가 이전과 똑같이 살아갈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의 내적 질문을 쓴 시의 마지막 줄이다. 그러니까 고대의 작품이 말한 것을 시인의 영감으로 받아 적은 시다. 1908년에 발표된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안에서는 눈망울이 무르익어 갔을,
그 알 수 없는 머리를 우린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뒤틀려 박혀 가만히 빛을 발하고 있는
그의 몸뚱어리는 커다란 가스등처럼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 가슴의
곡선이 너의 눈을 부시게 할까, 또 살포시 뒤틀린
허리로부터 어찌 한 가닥 미소가
생식을 품은 가운데 쪽으로 번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 돌덩이는 두 어깨의 투명한
추락 아래 짤막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으리라.
또 맹수의 가죽처럼 그렇게 반짝이지도 못했으리라.
또 별처럼 그렇게 제 모든 가장자리에서 빛을
내지도 못했으리라. 너를 바라보지 않는 곳이란
한 군데도 없으니까.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