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쌀이 술 한 병으로…세계인이 즐기는 ‘K-전통주’
<곡성 시향가>
7년 전 삼기면에 문 열어…지역 쌀 이용
탁주·증류식 소주 등 총 8종 생산·판매
이맘때 곡성산 토란 활용 ‘탁주’ 수요 多
월 1만병 안팎 판매…대목엔 2만병으로 ↑
양숙희 대표 “병입·포장 등 수작업 한창”
특별시 “전통술 소비시장 확대 등 지원”
2026. 09. 22(화) 20:18 가+가-
가스불로 달군 증류기 끝에서 투명한 술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쌀로 빚은 16도 안팎의 원주(原酒 : 물로 희석하지 않은 원래의 술)를 가열해 알코올을 기화시킨 뒤 냉각·응축해 증류주를 얻는 과정이다.

추석 명절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곡성군 삼기면의 지역특산주 양조장 ‘시향가’. 향기를 베푸는 집이란 의미를 담은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2019년 문을 열었다.

약 30분간 증류기를 달구면 술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루 두 차례 증류해 한 번에 약 40ℓ의 증류주를 얻는다. 증류기 옆에서는 갓 받아낸 술의 알코올 도수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증류를 마친다고 곧바로 한 병의 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과와 숙성, 병입을 거쳐야 하고 명절 선물용 제품은 포장에도 적잖은 손이 간다. 이날 양조장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200병의 술을 포장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명절 대목 준비는 추석 한두 달 전부터 시작된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 술을 미리 빚어 증류와 숙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주문이 몰리는 시기에는 주말마다 가족들도 병입과 포장 작업에 힘을 보탠다. 선물용 제품의 보자기 포장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양숙희 시향가 대표가 곡성군 삼기면 양조장에서 쌀로 빚은 원주를 증류하며 술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 上)과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 지역특산주를 포장하고 있는 모습. /최명진 기자


양숙희 시향가 대표는 “명절을 한두 달 앞두고부터 술을 미리 빚어 놓고 병입과 포장을 준비한다”며 “보자기 포장까지 모두 손으로 하다 보니 명절이 되면 지문이 사라질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명절에는 개인보다 기업·단체의 선물용 주문이 많다. 시향가의 평소 월 판매량은 1만병 안팎이지만 추석 대목에는 온·오프라인을 합쳐 약 2만병이 판매된다. 주문이 몰리는 시기에는 대량 물량을 먼저 내보낸 뒤 택배 주문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추석에는 특히 곡성산 토란을 활용한 ‘시향가 프리미엄 탁주’가 많이 팔린다. 명절 음식으로 토란을 찾는 소비문화와 맞물려 선물용으로도 수요가 많다는 설명이다.

술의 주원료도 지역에서 조달한다. 곡성 삼기면 농가와 직접 거래해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하고 토란 역시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추석 대목에 사용하는 쌀만 약 3t에 이른다.

곡성에서 재배되는 가루쌀 ‘바로미2’도 증류식 소주 원료로 활용한다.

시향가는 쌀과 토란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탁주와 증류식 소주 등 8종의 지역특산주를 생산하고 있다.

판로는 지역을 넘어 전국과 해외로 넓어졌다. 온라인 판매와 기업·단체 주문 등을 통해 전국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미국 뉴욕 맨해튼과 뉴질랜드 등에도 수출한다.

전남광주특별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지역 내 주류 제조면허 243개 품목 가운데 전통주는 161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지역특산주가 158개 품목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민속주는 3개 품목이다.

지역특산주는 농·어업경영체나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술이다. 시설기준 완화와 온라인 판매 허용, 일정 출고량 이하 제품에 대한 주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특별시는 지역특산주를 비롯한 전통술의 판로와 인지도를 넓히기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전통주 박람회 부스비 지원 대상으로 30개소를 선정했으며 수도권 직판행사 등 판촉·홍보도 추진 중이다. 전통식품 경쟁력 강화사업을 통해서는 전통주 업체 등을 대상으로 브랜드·포장재 개발과 마케팅, 온라인 유통망 구축도 지원한다.

명절 대목에도 소비 여건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시향가의 올해 추석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었다. 평소보다 명절 주문은 늘었지만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양 대표는 최근 술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등 달라진 음주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특산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 주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데다 소규모 양조장이 생산부터 홍보·마케팅까지 직접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창지역 재배단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곡성 시향가를 찾아 양숙희 대표로부터 가루쌀을 활용한 양조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시향가 제공>


그럼에도 명절은 지역특산주가 소비자와 만나는 주요 대목이다. 기업·단체의 선물 수요가 집중되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지역 밖으로 판로를 넓힐 수 있어서다.

지역특산주의 판로 확대는 지역 농산물 소비와도 연결된다.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토란 등이 술로 가공돼 전국 소비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별시는 지역 전통술의 낮은 인지도와 유통·판매망, 마케팅 역량 부족을 판로 확대의 주요 과제로 보고 우수 제품 발굴과 브랜드 육성, 온·오프라인 판촉 등을 통해 지역 전통술의 소비시장 확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명진·곡성=김영필 기자
최명진·곡성=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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