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미. 공간’

‘사람도시, 화려강산(3)’

“봄은 다가오는 중인데, 물길 따라 집에 다다르니, 어머니의 벽에는 매화 향기가 그윽하다.”
- 박승순 작가노트 中

캔버스와 나무 오브제 위를 가로지르는 선과 색의 에너지가 전시장 안에서 공명하며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구체적인 형상은 없지만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도시, 공간, 빛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키워드는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과 관람객 사이 감성적인 교감은 세련된 추상의 형식을 지향하면서도, 푸근한 한국적 정서 또한 느끼게 한다.

무등현대미술관은 오는 28일까지 추상화가 박승순 개인전 ‘선 그리고 색, 선율추상(旋律抽象)’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과의 협약을 통한 순회전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캔버스 컬러 작업과 나무 꼴라주 등 선과 색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미술이라는 장르 안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본질적인 물음을 탐구해왔다.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은 여전히 작업세계의 기본적인 테마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선’과 ‘색’에 주목한다.

‘선’은 화면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색’은 작품의 요소로서 어떤 역할을 하며 관람자들에게 어떠한 심상(心想)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고민을 거쳐 탄생된 선과 색의 다채로운 울림들은 ‘선율추상’(Melodic Abstraction)이라는 키워드로 제시된다.

캔버스 위 오일이나 아크릴과 같은 서양의 재료와 기법은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지만, 그 너머 우리 고유의 노스탤지어도 은은하게 묻어 나온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침묵의 장’으로 조형화한 추상 작업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장은 “작가의 작품들은 추상이 결코 우리의 일상과 먼 것이 아님을, 삶에 대한 성찰을 함께 담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며 “조형적인 하모니가 선사하는 기쁨으로부터, 기억 속 아련한 감성을 일깨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추상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박승순 작가는 1978년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부르즈 국립미술학교 서양화과와 파리고등국립장식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 파리 1대학 석사 미학과를 수학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영은미술관 YAMP 작가로 소속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