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광역의원 선거구 20곳 중 4곳을 여성경쟁선거구(여성특구)로 지정하기로 확정하면서 남성 예비후보들의 반발과 공천 형평성 논란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성특구가 확정되면서 당 안팎으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민주당 광주시당에 따르면 최근 지역위원장 간담회, 지방선거기획단 회의,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광역의원 여성특구 지정과 비례대표 제한경쟁 시행 등을 최종 확정했다.

여성특구로 확정된 곳은 남구 제2선거구, 서구 제3선거구, 북구 제3선거구, 광산구 제5선거구 등 4곳이다.

광주시당은 당헌·당규에 따른 여성 의무공천 비율(30%)과 공직선거법상 여성 추천 규정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주시당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여성특구를 지정한 바 있다.

광주시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별 교차 원칙으로 기존에 지정되지 않았던 선거구와 선거 전략에 따라 이번 여성특구 지역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과 ‘과정’이다. 여성특구 지정은 특정 선거구에서 남성 예비후보의 출마를 제한하는 구조인 만큼 사전 예고와 충분한 공론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지연과 중앙당 승인 절차 등을 이유로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확정됐다.

특히 광주시당은 당초 시당위원장 공약으로 ‘지방선거 1년 전 전략선거구 지정’을 내걸었지만, 계엄·탄핵 정국과 대선, 당대표 경선 등의 일정이 겹치며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장기간 선거를 준비해 온 해당 선거구 남성 예비후보들은 제도 변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출마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시당은 여성특구 지정과 비례대표 제한경쟁에 대해 중앙당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중앙당으로부터 최고위원회 의결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해석 요청과 회신 과정 역시 지난 22일에서야 이뤄졌다.

청년 정치 참여 확대를 둘러싼 결정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광주시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청년경쟁선거구(청년특구)를 지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대신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청년 제한경쟁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구 출마 기회는 열어두지 않은 채 비례에만 청년 몫을 한정한 것이 실질적인 정치 참여 확대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선거 구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향후 실제 공천 과정에서 추가적인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결정은 당내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판”이라며 “성급한 결정으로 전략적 판단을 그르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명노 광주시의원은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광주시당 운영위원회 의결의 전제가 변동된 상황인 만큼 이번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광주시당은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의 혼란과 논란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