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설업계 수장을 뽑는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 회장 선거가 법원의 특정 후보자 등록에 대한 자격 효력정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수장 공백 사태를 해소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장기간 리더십 부재에 따른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의 조직 파행과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 대표회원 총회가 불발됐다. 사유는 김명기 전 회장에 대한 법원의 회장 후보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및 대표회원 총회 개최 금지에 따른 것이다.

대표회원들은 대표회원 총회 대신 간담회 형식으로 장기간 갈등 국면에 처한 광주시회 정상화를 위한 의견을 취합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회장 선거 후보 중 한 명인 조성래 전 부회장 측이 김 전 회장의 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법원이 소송 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김 전 회장은 후보 자격을 상실하면서 선거 절차 전체가 멈춰 섰다.

이에 따라 광주시회는 법원이 선임한 법무법인 맥의 신광섭 변호사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하는 임시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광주시회가 이미 상당 기간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는 점이다. 앞서 김명기 전 회장의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인해 황인일 전 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해왔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또다시 외부 인사에 의한 과도기적 운영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실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건설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가 ‘내부 감투싸움’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법정 다툼으로 선거마저 무산된 것은 뼈아픈 실책”이라며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지역 건설 현장의 애로사항을 정부나 지자체에 전달할 창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외적인 시선 역시 차갑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건설업계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 터져 나온 이번 사태는 협회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향후 광주시회는 법적 절차를 검토한 뒤 재선거 일정을 조율해야 하지만, 후보 자격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 실제 선거가 치러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되는 리더십 부재 속에서 광주 건설업계가 혼란을 수습하고 자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