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이 요구해 온 이른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특검’(통일교 특검)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당초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여야는 조만간 특검법 세부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종합 특검의 취지에 비춰 통일교 특검도 못 받을 것이 없다”며 “국민의힘 연루자를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지난 대선 당시 통일교의 정치 개입, 불법 정치 자금 로비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바로 만나서 협의를 진행하자”고 화답했다. 다만 그는 “특검이 사실상 ‘제2의 대장동’ 사태처럼 야당 탄압용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악화된 여론과 야권의 압박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교 특검 도입 찬성 응답은 62%에 달했으며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7%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특검 도입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으나 세부 협상 과정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향후 특검법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특검 후보 추천권 ▲수사 대상 범위 ▲수사 기간 등 3가지를 꼽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특검을 누가 추천하느냐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 2명을 추천하고,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이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야당이 주도하거나 제3자 추천 방식이 자칫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도 뇌관이다. 국민의힘은 특검을 통해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 즉 ‘통일교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통일교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헌법 위배의 정교 유착, 불법 정치 자금 로비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금품 수수 의혹을 넘어 지난 대선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사 기간 역시 민감한 문제다. 민주당이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을 앞세워 충분한 수사 기간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는 야당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