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삼킨 플라스틱’ 정크아트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플라스틱 터널을 마주한다. 플라스틱 조형물 한가운데 날갯짓을 멈춘 새들이 웅크려 있어,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남긴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한쪽에선 인공지능이 명화를 기후위기 상황으로 변환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지금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감각적으로 맞닥뜨리는 순간들이다.

국립광주과학관(관장 이정구)이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짚어보는 특별전 ‘위기의 지구, SOS’를 선보인다.

전시는 지구 시스템 변화에서 행동의 필요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전시는 ▲여섯 번째 대멸종 ▲기후시스템과 지구온난화 ▲위협받는 생물다양성 ▲지속 가능한 지구 등 4개 코너로 구성됐다.

관람 순서는 지구 환경 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따라가며, 지금 어떤 전환이 필요한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짜였다.

첫 코너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는 지구 역사에 등장했던 5대 대멸종 사례와 함께 인간 활동으로 사라진 동물들을 소개한다. 특히 1681년 멸종된 도도새 모형과 골격이 눈길을 끄는데, ‘멸종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또렷하게 전달된다.

‘기후시스템과 지구온난화’ 코너에서는 기상 현상과 미래 기후 변화를 3차원 시각 자료로 배치해 지구온난화의 실제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탄소발자국 계산 체험을 통해 자신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후 줄무늬(Climate Stripes)’ 시각 자료도 전시돼 기온 변화의 흐름을 색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생물종 감소의 현실은 ‘위협받는 생물다양성’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야생동물 표본 37종은 물론, 멸종위기 조류 깃털을 활용한 페이퍼아트, 폐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작품 등이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마지막 ‘지속 가능한 지구’ 코너는 다시 삶의 해법을 제시한다. 갯벌의 생물다양성 보전 역할과 탄소 저장 기능을 소개하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국내 갯벌의 가치를 기후 대응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최신 교육과정인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내용을 반영해, 청소년이 기후·생태 이슈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전시는 내년 3월2일까지 과학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