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작가의 생가 인근에 북카페를 조성하는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과 관련, 광주시의회가 사업 중단과 부지 매각을 포함한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은 2025년도 제3회 추경 검토보고서를 통해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은 예비비를 통한 부지 매입, 재능기부 설계, 사업 정체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만큼 사업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골목길 문화사랑방 조성사업은 ‘책 읽는 광주 만들기’를 위한 인문도시 광주 조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초 광주시는 사업비 17억3천만원을 투입해 북구 중흥동 일원에 부지 148㎡, 연면적 238㎡ 규모의 북카페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6월 1회 추경에서 공사비가 전액 삭감돼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이와 관련, 전문위원실은 “광주시는 올해 본예산에 설계비 1억원을 편성해 제출했지만 불과 18일 뒤 민간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설계 재능기부 제안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해당 예산을 1회 추경에서 감액하지 않고 ‘전일생활문화센터 프로그램 사업비’로 전용하려다 집행하지 못한 채 정리추경에서 뒤늦게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실은 “재능기부 확정 이후에도 예산을 장기간 존치한 것은 세출관리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행정 내부의 예산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제기됐다.

전문위원실은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실제 거주지가 아닌 인근 부지를 예비비 4억8천만원을 들여 급하게 매입해 사업을 강행했다”며 “예비비는 긴급한 사유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사전 계획 없이 집행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문위원실은 “사업의 상징성과 입지 적정성 측면에서 타당성 부족, 재정 운용 절차 적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특히 설계까지 재능기부 방식으로 추진한 것은 공공건축사업으로서 매우 이례적으로 예산 편성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고 민간 건축사의 설계 의도에 사업 구조가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올해 본예산 심의 당시 시의회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을 위한 시민 공유공간 조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가의 동의가 필요하고 재능기부를 전제로 한 공사인 만큼 추가 예산 편성은 안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으나, 광주시가 1회 추경에 공사비 10억5천만원을 신규 편성해 제출하면서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문위원실은 “의회 보고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시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이라며 “사업 지속 여부를 원점 재검토해야 하며 이미 매입한 부지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점을 고려할 때 보존이나 활용보다는 매각 검토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 정체성 측면에서도 한강 작가의 문학적 상징을 구현한다는 취지와 달리, 설계가 재능기부 건축사의 미적 의도에 과도하게 의존해 상징성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위원실은 “이 사업은 구체적인 계획과 향후 운영비 확보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단체장의 방침에 따라 졸속 추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무책임 행정의 대표 사례”라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광주시는 현재 해당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사업 추진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기존 북카페 조성 계획을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올려둔 상황이지만 시가 별도로 추진 중인 ‘인문학 산책길 조성사업’의 루트 중 하나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소설 속 주요 공간을 따라가는 인문학 산책길 코스에 거점으로 포함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