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연합뉴스

“배 상태를 보니 모두 무사한 게 다행이란 말 밖에 안나오네요.”

20일 오전 8시30분께 목포 산정동 삼학부두 한 켠에 정박돼 있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는 멀리서 봐도 전날 사고의 흔적이 선명했다.

여객선 하부 뱃머리의 강판은 뒤틀리고 벌어져 있었는데, 가장자리 부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말려 종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강판이 뒤틀린 부분은 도색이 벗겨져 흰색으로 칠해진 다른 곳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좌초 당시 충격을 느끼게 하는 상흔을 지켜 본 시민들은 너도나도 “그저 다행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퀸제누비아2호가 오전 5시44분께 입항한 후 승객들이 짐과 차량을 찾아가면서, 여객선 내부에는 승용차 5대만 남아 있었다.

외부 주차장에는 동료 기사들이 미리 하선시킨 화물차 6대가 놓여 있었는데, 이 중 한 대를 찾으러 온 택비기사 허기완(67)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허씨는 “‘쿵’ 소리가 난 후 놀란 이들 모두 비명을 질렀었다”며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던 터라 혼란스러운 상황이 꽤 이어졌었다”고 밝혔다.

다른 승객들도 간밤의 충격과 이로 인한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전 11시께부턴 여객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잠수복을 착용한 2명은 장비를 지참한 채 여객선 주변 바다로 뛰어들었다.

30분 정도가 지난 후 다시 육지에 올라온 이들은 여객선의 상태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선체 데미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오후 1시께부턴 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선급·목포해양경찰서 등이 참여한 합동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은 차량 적재 갑판을 통해 선체 내부로 진입해서 본격적인 감식을 시작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 장주필(80)씨는 “뉴스를 보고 혹시 가족이나 지인이 탑승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모두 무사하다니 다행”이라며 “철저한 조사로 사고 원인이 하루빨리 규명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한편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오후 8시17분께 신안군 장산면 족도 남방에 좌초됐다.

족도에 올라타다시피 한 여객선은 선수 기준 왼쪽으로 15도 이상 기울어졌으나, 다행히 침수나 화재 같은 2차 피해는 없었다.

신고 접수 후 현장에 가용력을 급파한 목포해경 등 구조 당국은 발생 약 3시간 만인 전날 오후 11시27분께 퀸제누비아2호에 탑승한 승선원 267명(승객 246·선원 21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이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