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광주·전남을 떠난 청년 인구가 1만명에 육박했다는 암울한 소식이다. 국가데이터처 호남지방통계청이 올 3분기까지 20세-29세 순유출 인구를 집계한 결과이다.

1-9월 사이 이 지역에서 주민등록을 옮겨간 청년은 8천588명, 한 달 평균 954명 수준이다. 이대로면 연말까지 1만명을 훌쩍 넘길 게 확실하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 등 외지로 빠져나가는 청년 인구가 봇물을 이룬다는 분석이다. 더 나은 미래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무작정 붙잡을 수 없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

반면 이 지역 청년들을 짓누르는 학자금 부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국세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대출 체납액은 전국 평균 1인당 136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광주는 144만원, 전남은 145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빚을 떠안은 청년들의 어깨가 사회생활 첫발도 떼기 전에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수십 년간 대규모 투자를 미루던 대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광주·전남에 둥지를 틀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11월 초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를 인수한 삼성전자가 광주 생산라인 증설을 타진 중이다. 삼성SDS는 전남 해남에 AI컴퓨팅 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SK그룹 역시 2028년까지 챗GPT혁신을 몰고 온 오픈AI와 손잡고 서남권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재생에너지의 보고 서남권에 1GW 규모 PEM(고분자 전해질막)‘수전해플랜트’와 수소 출하센터 충전소 건설을 구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대기업 투자가 가시화되더라도 종전처럼 느긋하다면 ‘성공의 사다리’에 오를 수 없다.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가는 기회를 놓칠 게 뻔하다.

가파른 청년 인구 감소는 광주 공동체의 뚜렷한 적신호이자,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총체적 위기다. 안정된 일자리는커녕 늘어난 빚부터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결국 광주 청년들이 굳건히 일어설 수 있는 힘은 혁신을 실현하는 미래산업 생태계 조성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가 더 이상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방 위의 재창조’. 완전분해 후 따라하기 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던 1970-1980년대 낡은 전략으로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격차를 뒤집기 어렵다.

어렵지만 부가가치 높은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남들이 따라오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지자체·대학·연구기관·기업 협력체계 구축은 필수다. 지역구성원 모두가 AI·로봇·헬스케어,스마트팜 등 미래형 산업 육성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그래야만 광주에서 태동한 혁신기술 기반 새싹기업이 거대한 유니콘 기업으로 커나가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뿌리내릴 수 있다. 그 토대 위에서 수십 년간 고착된 ‘소외지역’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AI중심도시, 혁신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

지역 청년들의 미래를 지키고, 광주가 대한민국 지역 혁신 중심 도시로 우뚝 서게 되는 그날까지 뚜벅뚜벅 전진하겠다.

사족 한가지. 흉유성죽(胸有成竹) 자세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멋진 대나무를 그릴 화선지가 필요하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