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가 시정 현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무소속 심창욱 의원(북구5)이 광주시정을 “포퓰리즘 행정의 전형”이라며 전방위 비판하자, 강기정 시장이 “유감”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대립 양상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에서 “공무원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승진 배제나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한 지시를) 회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직원들은) 돌아봐야 한다”며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지시라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 언제든 제보하라”고 말했다.

이어 심 의원은 “포퓰리즘 공약, 선심성 정책 때문에 의회가 감사를 하는 것”이라며 “도시가 난개발되고 예산은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심 의원은 “동광주 톨게이트에 설치된 ‘무등의 빛’ 폴리 작품의 경우 당시 21억3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했으나 현재 식물처럼 새까맣게 방치돼 있다”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유지 관리비만 18억2천800만원이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이 지적한 광주시 대표 예산 낭비 사례는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매입 후 활용 지연 ▲‘무등의 빛’ 폴리 작품 반복 고장·18억원 유지비 낭비 ▲상무소각장 폐쇄 후 SRF 갈등 및 신규 소각시설 위장전입 수사 ▲전방·일신방직 부지 시공사 포기 사태 등이다.

심 의원은 또 “광주시의 산하·출자기관 평가도 엉터리”라며 “행정안전부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기관이 광주시 자체 평가에서는 A등급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도덕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문화경제부시장으로 임명하고, 김광진 전 부시장이 고액 출연료 논란 후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 나물에 그 밥, 회전문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AI 사업에 대해서도 심 의원은 “민선 8기 4년이 다 돼 가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거의 없다”며 “광주보다 늦게 뛰어든 부산·대구·울산 등은 이미 AI 산업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 광주는 2019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시장은 “심 의원의 질의에는 유감스러운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민선 8기에 부당한 지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Y벨트 익사이팅 존에 부도덕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질의해 광주시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강 시장은 AI 사업 지적에 대해서도 “광주의 AI 사업이 2019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AI 사업에 대해 전혀 심사 준비가 안됐고 공부도 안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혁신과 관련, 강 시장은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제가 누릴 수 있는 특권부터 내려놓았다”며 “민선 8기 들어 24개 공공기관을 20개로 줄였고 노사 협의를 거쳐 임금과 직급 통합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시장은 “광주 공동체가 잘되는 방향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잘되고 있는 점에 대해 응원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며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와 관련해 긴박한 상황이 있어 먼저 자리를 이석하겠다”고 말하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사전 통보 없이 시장이 본회의장을 떠난 것은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오후 이어진 시정질문에서는 강 시장이 국가AI컴퓨팅센터 관련 긴급 회의를 이유로 불참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나윤 의원(북구6)이 강하게 비판했다.

김나윤 의원은 “2조2천억원 규모의 AI컴퓨팅센터 유치는 광주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기에 시장이 자리를 비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의회에 공식 요청이나 논의 없이 이석할 상황인지 의문”이라며 “시장은 책임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