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가AI컴퓨팅센터를 광주광역시에 설립하겠다” 공약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균형 차원의 공약이 아니라, 광주 AI집적단지를 중심으로 국가 AI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명확한 국가 전략이었다. 실제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유일하게 ‘광주’가 명시됐다.

광주는 지난 7년간 4천269억 원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완비했다. 88.5PF급 데이터센터, 120MW급 전력 인프라, 4만6천㎡의 부지, AI대학원과 사관학교까지 갖춘 도시는 광주가 유일하다.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나아가는 가장 빠른 길은 광주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준비가 지금 기업의 판단에 의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삼성SDS가 공모 마감 직전에 국가 AI컴퓨팅센터의 공동추진 의사를 전남도에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치 지역이 기업의 선택에 따라 확정되는 분위기다. 국가전략사업이 특정 기업의 수익성과 내부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면, 그것은 공공성의 후퇴이자 정책신뢰의 붕괴다.

과거 삼성SDS의 사업참여 과정에서는 절차적 공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은 단순한 투자유치나 전력요금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술주권과 산업 속도, 지역균형발전이 걸린 중대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두 차례 유찰을 이유로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며 공모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공공 지분은 51%에서 30% 미만으로 축소되고, 민간 지분은 70% 이상으로 확대됐다. 국산 AI 반도체 의무 조항과 매수청구권은 삭제됐다.

거기에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정부의 결정이 그동안의 약속과 계획과 달리 민간기업의 이해관계로 결정된다면 정부와 사업 모두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

명실상부하게 광주는 이미 AI생태계 완성의 ‘속도와 집적’을 모두 갖춘 유일한 도시다. 그에 더해 대용량 GPU 투입을 위한 기업 구매 약속, 파격적인 가격의 부지 제공, 전력요금 부담 완화 특별법 추진, 1천억 원대 투자지원금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제시됐다. 이러한 광주시의 선제적 투자와 노력은 중앙정부의 공약과 정책방향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약속을 믿고 선제적으로 준비한 지역의 투자와 노력을 정부가 외면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정치적 배신이다.

특히 광주는 이 사업을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지역이다. 그 기대와 신뢰가 기업의 이해관계 앞에서 무너진다면, 정부는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에 담긴 시민의 믿음은 단순한 지지표가 아니라, 정부의 약속과 공정한 정책 집행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국가AI컴퓨팅센터의 입지는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비전’으로 결정돼야 한다. 정부는 공약의 무게를 정책으로 지키고, 입지 선정의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공정한 절차진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AI 인프라가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다면,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도, 정책의 신뢰도 함께 흔들릴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AI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은 민간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 있는 응답에서 시작된다. 이제 정부가 그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