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밑동 북쪽에 핀 이끼 / 시 배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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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13(월) 19:16 가+가-

이끼의 일생은 습(濕)을 만나는 것

팽나무 밑동 북쪽 경계 안의

너의 모습

녹색 몸피에

아무개가 목수의 마음으로 끌질한 두 글자

온몸에 파인 꽃글자

발목 숨긴 퍼런 뿌리가 파랗게 보인다

소낙비 사이로 빠져나온 햇살에

후다닥 몸을 숨기는

너의 몸짓

그늘을 짚고 그늘을 내리는

눈부신 허기

먹장구름이 지나가다 굵은 비를 내려준다

기어이, 나를 닮았다

<배순옥 약력>

▲1998년 월간 ‘문학공간’ 시 등단

▲광주시문학상, 정소파문학상, 광주문학상, 영호남문학상 등 수상

▲시집 ‘삼각변주곡’, ‘팽나무 밑동 북쪽에 핀 이끼’

▲현 충장문학회 회장, 광주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다형 김현승기념사업회 부이사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