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에 상을 준다”고 밝혔다. 헝가리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케르테스 임레 이후 23년 만이다.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집필을 이어왔다. 그는 고골, 멜빌, 카프카 등 세계 문학의 거장들과 자주 비교되며 인간의 불안과 세계의 몰락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붕괴해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끝내 붙잡는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런 세계관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대표작 ‘사탄탱고’다. 해체된 집단농장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가난과 불신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죽은 줄 알았던 인물 이리미아시의 귀환 소식에 구원을 꿈꾸지만, 끝내 같은 자리로 되돌아간다.

소설은 ‘탱고’의 스텝처럼 앞으로 여섯 걸음, 뒤로 여섯 걸음을 밟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 순환적 형식은 몰락한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시도가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비극을 상징한다.

이 책은 1994년 헝가리 영화감독 벨라 타르에 의해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으며, 문학평론가 수전 손택은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 ‘세상은 계속된다’ 등에서 시대의 불안과 인간의 고독을 탐구하며, 절망 속에서도 예술이 지닌 의미를 묻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