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국정과제를 다듬고 마무리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대선 공약들을 국민주권정부가 5년 동안 실천할 국정과제로 정리하고 있는 데, 그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한 주민자치 실질화이다. 지난 6·3 대선 때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 분야의 공약으로 ‘자치분권 및 주민참여 확대를 위하여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입법화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약속했다. 이는 현재의 단순 자문기구에 머무르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주민총회 등 마을행사 개최, 주민참여예산 검토, 위탁사무 수행 등 읍면동의 자치사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권한과 기능을 실질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반갑다.

2013년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되고 전국 31개 읍면동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주민자치회는 2023년까지 전국 3천533개 읍면동 중 39%인 1천388개소에 설치돼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활발한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들어 반역사적 퇴행으로 여러 민주적 정책들처럼 중단과 폐지의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 12·3 내란 사태와 대선 기간 동안 전국 풀뿌리 마을운동가와 전문가들은 ‘전국풀뿌리자치행동네트워크’를 구성해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분권 확대와 관련된 12개 정책과제를 민주당 등 각 정당에 제안했다. 특히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는 주민자치회 실질화 관련 조문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정기획위원회와 국회, 행안부 등과 심도 있게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오는 8월25일에는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과 국회 토론회를 갖고 병합 심사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광주시도 96개 동 4천여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지방자치법 개정을 지지하고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때 여야 간의 이견으로 주민자치 관련 규정은 반영되지 못했다. 이후 주민자치회는 미흡한 지방분권특별법과 각 자치단체의 개별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다 보니 정권과 자치단체장의 정치 편향과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부침을 겪고 왜곡 및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를 바로잡아 주민자치의 법제도적 기틀을 완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9개의 관련 법안과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에서 제안한 개정안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의 주민대표기구로 읍면동 사무소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공공서비스 공동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회를 제도적으로 시군구 자치단체의 설치 운영 의무 사항이 되도록 해 국민주권정부의 정책 기조가 읍면동 풀뿌리 거버넌스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자치회를 의무 설치하고, 읍면동 전체 주민을 회원으로 구성하는 주민대표기구로 위상을 명확히 규정한다. 주민자치회의 기능도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마을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위임·위탁사무 처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여러 사업을 수행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의 제안 사항들은 현 주민자치회가 이미 실천하여 마을 현장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사안들을 입법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마을현장에서 성숙한 주민의식으로 발전한 주민자치를 지방자치법에 명확히 담아 풀뿌리 민주주의를 견고하게 하고, 자치적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