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7월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방송 3법’, 지역화폐법, AI교과서 교육자료법, 상법 개정안 등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당시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던 법안의 신속 처리에 나서자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며 총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여야가 가장 크게 충돌하는 법안은 이른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은 KBS·MBC·EBS와 같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에 대해 “국민에게 방송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언론노조와 친여 성향 단체들이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이 법제사법위를 거쳐 다음 달 4일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에 나서 ‘방송 3법’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8월4일과 5일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가 우려된다”며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에는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 처리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방송 3법’에 더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자료로의 변경 법안,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상법 개정안 등도 7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지역화폐법, AI교과서 관련 법안은 각각 행안위, 교육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돼 법사위 심사까지 마쳐 본회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거부권 법안’의 7월 국회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야당일 때 밀어붙였던 법안을 여당이 됐다고 묵힐 경우 지지층으로부터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임시국회가 통상 일정이 길지 않고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등의 굵직한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것도 민주당이 속도를 내는 이유다. 민주당은 10월 초 추석 전에 검찰 개혁을 위한 입법 얼개도 만든다는 목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입법 폭주·독재’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대로 개정하면 국내 기업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때 거부권이 행사됐던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여야 간 협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법안소위는 지난 24일 여야 합의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