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아이들은 여름 방학을 기다린다. 놀 생각이 가득 찬 귀여운 수다들을 듣고 있노라니 웃음이 절로 난다. 하지만 교사로서 마음 한켠에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반가운 쉼의 시간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배움과 돌봄의 공백이 시작되는 시기다. 아이들의 가정마다 교육 여건이 다르고, 돌봄 환경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바라본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고 격차의 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책과 체험활동, 가족과의 여행이 있는 여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집 안에서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기초학력이 불안정한 학생들에게 방학은 배움의 단절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맞벌이, 저소득, 조손가정 아이들의 경우, 학습 지원은 물론 정서적 안전망까지 부재한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교육 현장은 방학이 끝난 뒤 그 틈을 여실히 보여준다. 2학기 개학 직후 수업을 진행해 보면, 학습 리듬이 무너진 아이들과 한층 성장해 온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보인다. 독서량이 줄어 어휘력이 한층 떨어져 있거나. 스마트폰만 바라본 탓에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 반면, 방학 동안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한 걸음 앞서가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해마다 쌓여간다는 것이다.

물론 늘봄 학교를 통해 방학 중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지만 교육적 차원의 학습 지원까지 결합된 통합형 방학 시스템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학교와 지자체의 프로그램 실행이 분리되어 있어, 정작 필요한 학생들이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신청 시기를 놓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일부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을 지닌 학교를 중심으로 교사들이 방학 중 기초학력이 위태로운 학생을 선별해 소규모 학습 지원반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 도서관·청소년센터와 연계한 여름방학 책 읽기와 진로 체험 캠프 등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교사와 지역 인력의 자발적 노력에 의존한 것이 많아 제도적 지속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방학을 교육 공백을 없애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공교육 설계가 필요하다. ‘방학은 학교의 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방학도 공교육의 시간’이라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광주 교육은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기초학력 회복 중심의 학습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AI 기반 진단 도구와 튜터형 보조 교사 인력을 활용해 방학 중에도 꾸준하게 개별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돌봄-학습-체험이 연결된 통합형 방학 모델을 광역 단위에서 설계하고, 구청과 교육청, 학교, 마을 교육공동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사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지원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 방학 중 프로그램은 반드시 교사의 자발성에 기반해야 하며, 전담 인력과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야 지속 가능하다. 교사의 사명감에만 기대는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아이는 여름방학 독서캠프를 즐기고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아이는 무더운 집 안에서 종일 혼자 있을 것이다. 여름 햇살 아래 펼쳐지는 그 풍경 속에, 교육 격차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방학은 모두에게 배움과 쉼이 보장되는 시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방학을 ‘공백’이 아니라 ‘공교육’의 시간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교육 불평등 해소는 학기 중에만 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공백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이 여름 광주 교육이 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