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넘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이 2년 간 사실상 은폐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관할구인 광산구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실시하고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 조사 용역 보고서’는 2023년 6월 작성돼 광산구에 제출됐다.

보고서에는 하남산단 지하수에 1급 발암물질인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보다 최대 466배, 284배가 넘게 오염돼 있는 사실이 담겼다.

사업비 10억원을 투입해 3년 넘게 조사한 결과였지만 광산구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고, 광주시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비공개 정보를 제외한 공공기관 생산 자료는 원칙적으로 용역 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해야 하는 데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시민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사장된 셈이다.

이 보고서는 2년 간 서고에 묵혀있다가 최근 논란이 된 이후에서야 공개됐다.

그 사이 광산구가 마련해야 하는 지하수 오염 대책이나 확산 방지 대책 등은 뒷전으로 밀려 났다.

용역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광산구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는 공직자들의 인식이 낮은 데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기인한다는 것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오주섭 사무처장은 “행정에서 불리한 정보를 공개하면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하는데 누가 공개하려고 하겠느냐”며 “공개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관련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등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즉각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이 사실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며 “하남산단 노동자와 인근 거주민에게 걱정을 안긴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산구 산업단지 지하수 오염 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와 광산구의 지하수 발암물질 오염 방치는 직무 유기”라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