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참여한 이례적인 장편영화 한 편이 화순에서 순조롭게 제작 중이다. 작은 학교 아이들이 배우이자 스태프로 나서 완성해가는 영화는 지역 공동체의 힘을 더해 한 편의 성장서사로 펼쳐지고 있다.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이 영화의 이름은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학생 영화로는 보기 드문 50분 내외 장편영화다.

영화는 청풍초 학생이 된 치매 앓는 할머니와 그의 손녀, 학생들이 화순탄광 탐방을 앞두고 갈등과 해프닝을 겪는 내용이다. 이들이 탄광 마을 탐방을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순탄광은 일제강점기부터 118년간 이어진 지역의 상징적 공간으로, 학생들은 그 역사와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화합과 우정, 가족의 소중함을 배워간다.

이번 작품은 화순 청풍초 전교생 23명이 출연하며, 교사들도 배우로 함께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특별출연한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제1회 전남도교육청 작은학교 영화·영상제’에서 청풍초 어린이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영화 출연을 약속했고, 1년 뒤 이를 지키며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 선생님 역으로 연기에 나섰다. 그는 극 중 학생들의 따뜻한 소망을 이끄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인물로 등장한다.

촬영은 학교와 마을, 폐광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화순군과 지역민들의 협조 아래 마을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로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괄 연출은 화순 출신 박기복 감독이 맡았다. 영화사 ‘무당벌레필름’ 대표이자 할리우드 영화학교 운영자인 박 감독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과 함께 어린이·청소년 영화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적극 반영해 교육과 창작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영화 제작을 시도했다.

‘원스톱 영화’ 제작 방식을 통해 도교육청과 화순군이 연계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소통해온 그는 지속적인 영화 제작만이 지역을 뛰어넘어 글로벌과 경쟁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박 감독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상상력과 공동체성을 키우는 경험이 결국 작은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힘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화순에서의 영화 제작처럼 지역 공동체의 협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영화 인재를 육성하는 지속가능한 영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는 이달 말 촬영을 마친 뒤 학교와 화순군 시사회를 연다. 오는 12월 열리는 ‘제2회 전남도교육청 작은학교 영화·영상제’를 비롯해 국내외 영화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