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지 못했다”는 말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운전자는 사이드미러, 룸미러를 보고 고개까지 돌려 주변을 살피지만 실제로는 ‘사각지대’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각지대(死角地帶)란 차량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로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을 말한다. 특히 화물차나 버스처럼 차체가 높고 운전석이 높은 차량일수록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진다. 대표적으로 대형 화물차의 우측 사각지대는 일반 승용차보다 2배 가까이 길어 사고 위험이 더 크다. 2022년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 화물차의 우측 사각지대 길이는 약 8.3m로, 승용차(4.2m), 소형 화물차(4.0m), SUV(5.0m)보다도 확연히 길다.

실제, 사고 통계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우회전하는 차량에 의해 발생한 보행자 사망사고 중 승용차에 의한 사망자 비율은 낮은 반면 승합차와 화물차에 의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는 운전자가 우측 사각지대에 있는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차량 제조사들이 사각지대 감지 센서, 360도 어라운드뷰, 자동 긴급 제동 장치(AEB) 등을 도입해 사고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사고를 피할 수 있는지는 결국 운전자의 인식과 행동에 달려 있다.

따라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 개개인의 인식 개선과 방어운전 습관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이 갖는 사각지대의 범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특히 주차장 진출입, 아파트 단지 내 도로, 골목길 교차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히 운전해야 한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개를 돌려 직접 확인하는 습관(숄더체크)을 들이며, 주변에 보행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주행하는 ‘예방적 운전 습관’도 필요하다.

사각지대는 줄일 수 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운전자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방어운전 습관이 동반된다면 진정한 교통 안전이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