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수국가산단, 지역사회가 관심을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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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3. 25(화) 19:35 가+가-
이정록 전남대 명예교수·전 대한지리학회장
여수국가산단이 비틀거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가 활력을 잃고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구체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과잉 공급 등이 얽히고설킨 결과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위기를 넘어 광주·전남 지역경제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지역사회 과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경고등이 켜진 지는 제법 오래 됐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다. 국내의 공급 과잉과 중국의 자급률 성장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의 2024년 영업이익은 2022년에 비해 16분의 1로 줄었다. 빅4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사업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빅4는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기반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그런데 중국이 2010년 이후 관련 설비를 증설하고 기술력을 향상시켰고, 자급자족을 넘어 외국에 수출까지 했다. 국내 빅4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여수국가산단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수국가산단은 뚜렷한 징후를 보였다.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공장 가동 중단이 그것이다. 민주당 조계원 의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산단 내 NCC 3사(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의 작년 3분기까지 평균 가동률은 80% 정도로 2021년에 비해 18% 정도 감소했다. LG화학은 작년에 SM(스티렌모노머) 공장 문을 닫았다. NCC 2공장 가동도 중단했고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8월부터 일부 공장(PET, EG, EOA)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남도의 위상 추락이다. 전남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2022년 기준)에서 울산, 충남, 서울에 이어 전국 4위다. 지방소멸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남도가 지역내총생산과 1인당 지역내총생산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는 이유는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의 생산능력 덕분이다. 작년 생산액은 약 84조 원에 달한다. 전남도 국세 징수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런데 공장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면, 전남의 경제력은 그야말로 바닥권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광양만권 도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여수-순천-광양으로 이어지는 광양만권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산업벨트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항만 관련산업이 안정적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여수와 순천과 광양은 연담화된 단일 도시나 다름없다. 광양만권 3개 도시는 전남 인구의 39%, 전남 지역내총생산의 57%, 전남 제조업 생산액의 82%를 차지한다. 게다가 여수는 ‘핫’한 관광도시로, 순천은 정원생태도시로 재탄생해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고, 광양만권에 기업과 재화와 서비스 유입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산단에 불어닥친 먹구름은 광양만권이란 ‘지방 중추도시권’ 구축에 마이너스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여수 지역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산단에는 GX칼텍스와 LG화학을 포함해 27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고용인원도 2만 5천여 명에 달한다. 여수시 지방세 수입에서 산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48% 정도다. 하지만 산단 입주업체 불황으로 지방 세수가 급감했다. 2023년 4천억 원에서 2024년 2천927억 원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무려 27%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여수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증거다.
여수국가산단이 침체 늪에서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불황은 정부 산업정책 잘못이나 개별기업의 경영실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이나 전남도와 여수시 차원의 노력으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 고민이 깊은 이유다.
차선책으로 전남도와 여수시 등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정되면 업체들은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도 ‘지정 기준’을 완화한 시행령을 발표했으니 여수국가산단에 긍정적이다. 전남 동부지역 발전을 추동하고 있는 주철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도 여수국가산단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문제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수국가산단은 지금까지 전남 경제를 이끈 기관차였다. 광양만권 3개 도시를 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로 성장시킨 인큐베이터였다. 그런 여수국가산단이 지금 비틀거리고 있다. 이젠 지역사회가 여수국가산단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경고등이 켜진 지는 제법 오래 됐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다. 국내의 공급 과잉과 중국의 자급률 성장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의 2024년 영업이익은 2022년에 비해 16분의 1로 줄었다. 빅4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사업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빅4는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기반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그런데 중국이 2010년 이후 관련 설비를 증설하고 기술력을 향상시켰고, 자급자족을 넘어 외국에 수출까지 했다. 국내 빅4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여수국가산단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수국가산단은 뚜렷한 징후를 보였다. 공장 가동률 하락과 공장 가동 중단이 그것이다. 민주당 조계원 의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산단 내 NCC 3사(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의 작년 3분기까지 평균 가동률은 80% 정도로 2021년에 비해 18% 정도 감소했다. LG화학은 작년에 SM(스티렌모노머) 공장 문을 닫았다. NCC 2공장 가동도 중단했고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8월부터 일부 공장(PET, EG, EOA)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남도의 위상 추락이다. 전남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2022년 기준)에서 울산, 충남, 서울에 이어 전국 4위다. 지방소멸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남도가 지역내총생산과 1인당 지역내총생산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는 이유는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의 생산능력 덕분이다. 작년 생산액은 약 84조 원에 달한다. 전남도 국세 징수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런데 공장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면, 전남의 경제력은 그야말로 바닥권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광양만권 도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여수-순천-광양으로 이어지는 광양만권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산업벨트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항만 관련산업이 안정적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여수와 순천과 광양은 연담화된 단일 도시나 다름없다. 광양만권 3개 도시는 전남 인구의 39%, 전남 지역내총생산의 57%, 전남 제조업 생산액의 82%를 차지한다. 게다가 여수는 ‘핫’한 관광도시로, 순천은 정원생태도시로 재탄생해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고, 광양만권에 기업과 재화와 서비스 유입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산단에 불어닥친 먹구름은 광양만권이란 ‘지방 중추도시권’ 구축에 마이너스다.
여수국가산단 침체는 여수 지역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산단에는 GX칼텍스와 LG화학을 포함해 27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고용인원도 2만 5천여 명에 달한다. 여수시 지방세 수입에서 산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48% 정도다. 하지만 산단 입주업체 불황으로 지방 세수가 급감했다. 2023년 4천억 원에서 2024년 2천927억 원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무려 27%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여수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증거다.
여수국가산단이 침체 늪에서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불황은 정부 산업정책 잘못이나 개별기업의 경영실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이나 전남도와 여수시 차원의 노력으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 고민이 깊은 이유다.
차선책으로 전남도와 여수시 등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정되면 업체들은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도 ‘지정 기준’을 완화한 시행령을 발표했으니 여수국가산단에 긍정적이다. 전남 동부지역 발전을 추동하고 있는 주철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도 여수국가산단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문제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수국가산단은 지금까지 전남 경제를 이끈 기관차였다. 광양만권 3개 도시를 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로 성장시킨 인큐베이터였다. 그런 여수국가산단이 지금 비틀거리고 있다. 이젠 지역사회가 여수국가산단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