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북극으로, 북극에서 남극으로!”

모습은 제비를 닮고, 갈매기처럼 바다에 산다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름, 극제비갈매기는 북극 근처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 후,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아메리카 해안을 따라 남극을 향해 날아오른다. 제비보다 조금 큰 작은 몸으로,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남극에서 북극으로, 북극에서 남극으로 지구의 끝을 오간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 꼬마벌새도 하늘을 날아오른다. 전진과 후진은 물론 어떤 방향으로도 날 수 있고, 정지비행도 가능하다. 잠자리 만큼이나 작은 몸으로 쉬지 않고 훨훨, 스무 시간을 날아야만 할 때도 있다니, 놀랍고 신비롭기 보다는 경의를 표한다.

“엄마, 나도 새가 되고 싶어요!”새가 되길 간절히 꿈꿀 때가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새들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두둥, 설레었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저 산에서 이 산으로 마음대로 넘나드는 새들의 모습에도 가슴이 뛰었다.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을 때도 내 작고 여린 어깨를 만지며, 날개가 솟아나오길 꿈꾸었다. 훨훨 날아올라 구름 위로 폴짝, 뛰어 내려 세상을 보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언제든 꼭 한 번 새가 되고 싶었다.

“아이고, 세상에. 이게 뭐냐.”

어떻게 하면 날개를 가질 수 있을지, 궁리하고 또 궁리하던 중 커다란 보자기를 보자마자 생각이 번쩍였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보자기를 목에 힘껏 두르고 어깨를 편 다음 두 팔을 벌리니, 그렇게도 바라던 날개가 생겼다. 그대로 옥상으로 달려 올라가, 고개 들어 푸르른 하늘을 보며 폴~ 짝! 뛰어 올랐다. ‘쿵!’ 결과야 말해 뭐 해. 그나마 1층 높이보다 낮은 옥상에서 뛰어 내린 게 다행이었다. 한참을 절뚝거리며 다니면서도 포기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커다란 날개가 있는 새가 돼 날아보고 싶었다.

“어, 새 발자국이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포푸라기 작가의 그림책 ‘새처럼’에 등장하는 아이도 날고 싶은 아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아이는 데굴데굴 눈사람을 만들며 친구들을 기다린다. “어, 새 발자국이네?” 하얀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만난 아이. 아이는 새 발자국을 따라, 뽀드득뽀드득 걸어가고 새 발자국은 친구들을 만나 짹짹짹. 하나, 둘, 셋….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이고 모여 함께하는 새 발자국들. 그런데 가만 보니,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이 새 모양이네? 아이가 발견하는 순간, 새 발자국은 푸드덕 새가 돼 날아오른다. ‘나도 날아 볼까?’ 아이도 새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에 눈 위에 사뿐히 두 팔 벌려 누우니, 아이도 새가 돼 새처럼 날아오른다.

“앗! 깜짝이야.”

다 같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씽씽 바람도 타며 신나게 노는데, 저벅저벅 몰려오는 먹구름. 먹구름은 어느새 하늘을 까맣게 뒤덮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고 날아오른다. 저벅저벅 몰려드는 먹구름 사이를 지나, 새처럼 용감하게 날아오른다.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작지만 멋진 날개를 펼치며.

3월이 왔음에도 차갑다.

정신 집중, 뭔가를 해보려 해도 자꾸만 흐트러지는 마음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남극에서 북극으로, 북극에서 남극으로 지구의 끝을 오가는 극제비갈매기의 마음으로 날아올라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겐 작지만 멋진 날개가 있음을 기억하며. 힘들고 두려워도, 새처럼 용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