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보도검열관실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언론 탄압의 역사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는 역사에서 권력에 의해 언론자유가 손상돼선 안된다. 언론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에 보도검열관실이 복원돼 역사교육의 산실로 이용돼야 할 이유다. 광주전남언론인회는 그같은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보도검열관실 복원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50년 이래 우리는 두 번의 계엄을 맞이했다. 한번은 1979년 10월26일, 또 한번은 2024년 12월3일 있었다. 이 두 계엄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79년의 계엄은 군부독재를 재등장시키는 가교 역할을 했고, 2024년의 계엄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날이 됐다. 여기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 이전의 계엄치하에선 언론이 철저히 통제됐다. 신군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하여 헌법(헌번 제21조)에서도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짓밟았던 것이다.

구체적 상황은 이렇다. 1979년 10월26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10월27일 전남도청 별관 2층에 ‘광주지역 보도검열관실’이 설치됐다. 그리고 1981년 1월24일 전두환의 비상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1년 3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군부는 언론을 검열했다. 검열관실의 실제 운용은 광주 505 보안부대가 맡았다. 검열관실은 신문사나 방송국에 보도불가사항, 보도협조사항 등을 통보하며 언론사를 손 안에 넣고 주물럭거렸다. 5·18 당시 광주의 상황이 언론을 통해서 단 한줄도 제대로 나갈 수 없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당시 신문은 옛 전남일보와 옛 전남매일신문이었다. 나의갑 전 5·18기록관장의 회고에 따르면 신문사는 도청 검열관실에 기자 1명씩을 파견해 각 지면별로 검열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면서 신문제작을 진행했다. 검열관들이 신문 대교지를 읽고 기사를 삭제하면 파견된 기자는 신문사에 전화로 삭제 대목을 신속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그 공백 부분을 돌출광고로 땜질해서 제작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것은 5·18 이전의 방식이었고 그 이후엔 공백을 다른 기사로 메꾸게 했다. 검열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검열관실의 나름 지혜(?)로운 엄명 때문이었다. 이렇게 빈틈없이 검열을 진행한 결과 국가권력의 총칼 아래 참혹하게 죽어갔던 광주시민들의 살상이 원통하게도 가려져 버렸다.

지난 해 12월3일에도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러나 두어 시간만에 해제됐다. 1979년, 계엄 하에서 언론은 무력했다. 군부는 보도검열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그러나 2024년, 상황은 달랐다. 국민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었고, 수많은 ‘1인 미디어’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퍼뜨렸다. 그 결과,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무력화됐다. 1인 기자 시절이 맞이한 언론의 자유가 얻은 승리였다. 1979년과 2024년의 상황은 그야말로 언론 환경의 차이였다. 보도검열에 의해 철저하게 장막이 쳐졌던 그때와 모든 것이 오픈된 현재는 잘못된 비상계엄이 유지될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다시, 보도검열관실 문제로 넘어가 보자. 광주전남언론인회는 지난 달 ‘보도검열관실 복원을 위한 토론회’을 열어 이 문제의 공론화를 본격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도검열관실 복원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보도검열관실 운영으로 인해 광주의 5·18은 고립돼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피로 물들었다. 이제 그 역사의 그림자를 걷어치울 때다. 역사에 엄연히 존재했던 보도검열관실을 옛 전남도청에 복원해 그 실체를 진실되게 재현해야 한다. 보도검열관실을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공간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적 책무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