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가공무원 선서문이다. 며칠 전 우리 교육지원청에서 있었던 신규교사 임용장 수여식에서 26명의 새내기 교사들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선언한 내용이다. 헌법과 법령 준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난 해 12월3일 이후 지난 몇 달간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새내기 교사들도 헌법을 준수하겠다는데… 우리 사회 어른들은 무엇을 했나 싶어 가슴이 울컥했다.

교육청의 학무과가 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로 바뀌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필자의 신규 교사 시절을 더듬어 보니 관사도 없어 사글세방을 얻어야 했고, 지금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교장선생님 뵙기 전 행정실에서 행정실장에게 대학 때 왼손으로 밥먹은 놈 손들어봐(당시 사회문제에 참여했던 이들을 지칭)라며 훈계(?)성 당부를 한참 동안이나 들어야 했다. 3월, 아직 추운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새까맣게 운동장에 모여 들었고 구령대에 서서 아이들 앞에서 교사로서 포부를 밝혔더랬다.

진도지역은 교사도 장학사도 새내기가 많다. 모 중학교의 경우 전체 8명의 교사 중 6명이 새내기 교사이며, 이중 2년차가 가장 경력이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은 새내기 교사를 가르치는 게 자신의 일이라며 넉넉하게 웃는다. 경력교사를 유인할 인사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진도교육은 계속 청춘일 게다. 진도지역 중학교는 소규모 학교가 많아 학교별 교과교사가 1명, 아니면 그나마도 없어서 겸임을 해야 한다. 그러니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교과 수업친구는 학교에서는 찾기 힘들다. 더구나 새내기 교사가 많아서 수업적 성장을 이끌어 줄 리더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던 차에 관내 중학교 교감선생님(국어과, 수학과 전공) 두 분과 수석선생님(영어과 전공)이 나섰다. 중학교의 경우 학교별 교과교사가 1명이 대다수인데다 교사정원 감축으로 겸임이 많은 진도지역에서는 교육지원청이 큰 학교가 돼야 한다며 국어, 영어, 수학을 전공한 자신들이 신규교사들의 멘토가 돼 새내기 교사들에게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그것도 1년 이상 지속되는 만남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 D-데이가 신규교사 임명장 수여식 날이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관내 새내기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그토록 염원했던 교사가 됐기에 교직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장내 열기는 가득했다. 새내기 교사들에게 던진 멘토들의 첫마디가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라. 어려운 일, 모두가 하기 꺼려하는 일을 자청해서 해야 한다. 그런 일일수록 자신을 교육자로 성장시키는 배경이 될 것이다”였다. 짧고 굵은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고, 교과별 연구회는 곧바로 만들어졌다. 후문으로 영어교과를 비롯한 새내기 교사들은 서로 수업을 공개하며 지역을 교과의 교재로 또 지역의 문제를 프로젝트로 삼아 함께 연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감동이었다. 진도의 교감선생님, 수석선생님, 이분들이야말로 진도교육에서 이순신장군의 12척의 배와 같은 분들인 셈이다.

갓 태어난 새끼 오리들이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처럼 졸졸 따라다닌다고 한다. 태어나서 바로 몸으로 익히는 학습 이것을 교육학에서는 ‘각인학습’이라 한다. 임명장 수여식 날 멘토와 새내기교사들의 만남이 그러했으리라 여겨진다.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떠도는 사람, 길 위의 사람)라고도 한다. 우리는 순간순간의 선택이 짜여져 삶을 이룬다. 삶을 긴 여정으로 본다면 어떤 곳을, 어떤 사람과 함께 걸어갈 것인가가 곧 자신의 삶의 결이 될 것이다. 삶의 한 핵심에 지역과 사람이 있고, 아이들의 성장은 교사의 성장과 정비례한다. 지역이 교사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지역이 교사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