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느닷없이 정체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은 전날인 19일 이 대표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확산되는 추세다.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 변경은 당 대표가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을 겨냥해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 온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과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이념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도 입장문을 내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며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선의 이인영 의원은 SNS를 통해 “당헌과 강령을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어느 내용을 ‘보수’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 없는데 이재명 대표의 말이 충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오히려 ‘진보적 정체성’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상호 더미래연구소장은 이날 국회 세미나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해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진보 개혁 노선을 지키면서 건강한 보수 어젠다로 확장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명계 의원들의 목소리는 비명계 인사들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이언주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더 이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민주당 지도부의 중도확장·실용주의 노선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현재 한국의 이념 지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진보적이지 않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것일 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중도층과 서민의 정당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중도정당은 중산층과 서민보다 훨씬 더 왼쪽을 커버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왼쪽이 조금 더 두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당이 중간 쪽으로 가게 되는 모습을 말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SBS라디오에서 “사실이 그렇다. 민주당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면 중도·보수적 스탠스”라며 “그럼에도 저희는 진보적 지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