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절대 맹주인 민주당의 텃밭과 심장부라 불린다. 과거 호남의 김대중, 영남의 노무현·문재인 세 전직 대통령을 큰 정치인으로 키워냈다. 같은 지역 출신도 아닌 두 영남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낸 위대한 지역이다.

작금의 호남 정치는 변방에만 머물고 있다. 지역 정치의 한계와 변방화 현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한계이자 전국적인 문제일 것이다. 세 분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점차 지역 특유의 역동성까지 잃어가고 있다.

호남 정치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제17대(200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전북 출신 정동영 후보에 이어 어떤 대선 후보도 만들지 못했다. 호남 출신 거물 정치인들이 재기의 발판을 위한 국회 입성에도 연이어 실패했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호남 출신이 아니더라도 호남에서의 지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매우 중요시 여겼다. 이제는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큰 호남 출신 정치인도 드물지만 지지기반의 상징성도 무게감이 약해졌다.

민주당의 경우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번 정권을 잡았지만 호남은 온전하게 정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그에 맞는 알찬 내용이나 실속은 없다. 영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1등 지역임에도 실질적인 혜택과 이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호남 정치의 변방화는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혁신당·진보당·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 대한 비판 또한 존재한다. 인물론 부재는 물론 양당 체제의 비판과 견제에만 몰두하는 점에서 정책과 대안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출신 대통령이었을 때는 어땠을까?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기에 정치적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하는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성공한 정권이 되길 기대하며 지역민 모두가 참고 인내했다. 그만큼 정권에 힘도 실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오히려 지역 소외는 물론 정부 정책과 실질적 이익 면에서 손해를 봤다는 견해와 평가도 다수 존재한다.

강원도와 충청도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같은 지방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잘하는 쪽을 밀어주며 캐스팅 보트를 쥔다. 반면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자부하며 일편단심 지지해 왔지만 현실은 어떤가?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볼모로 잡혀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제22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나 최고위원은 없다. 중앙 정치에서 호남 정치의 입지도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지만 위상을 높여줄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지난 21대 국회 최고위원 낙선에 이어 22대까지 호남 정치 위기가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낮은 투표율이 보여줬듯이 민주당을 향한 텃밭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호남을 변방으로 치부해서는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없다.

향후 호남 정치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야 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한다. 하지만 후보가 없다면 정치는 그 순간 약화되거나 죽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이제는 실리적이어야 한다. 현명하고 영리하며 강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권교체와 지역의 이익을 위해, 호남에서도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호남은 해방 후 정부 수립 과정과 이후 독재 치하에서도 수많은 뛰어난 정치인을 배출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충절과 지조 있는 정치인도 많다. 신념과 정치적 식견은 물론 지도력이 탁월한 김대중 대통령 같은 위대한 정치인도 나왔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용기 갖길 바라며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힘있게 도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