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증하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정책행보에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이전 토론회’에 참석해 국토균형발전을 고리로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날 김경수 전 지사는 “대통령실의 경우 (차기 정부가) 용산을 쓸 수도 없고, 완전히 개방된 청와대를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어디를 쓸지 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대통령이 어떤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가는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군 수뇌부가 있는 국방부에 갔다가 군을 동원한 계엄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개헌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행정수도 관련한 부분도 개헌 사항이고, 국토 균형발전을 통한 초광역 단위 지방정부 시대를 열어야 할 필요도 있다”며 “제대로 된 지방정부를 위한 개헌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전 지사는 ‘국토 균형발전과 세종시에 대한 노무현의 꿈’이라는 발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꿈을 다시 살펴보면서 불법 계엄으로 고난을 겪는 국민들을 다시 통합하기 위한 열의와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역시 조기 대선 승리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개헌을 꼽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SNS에 올린 글에서 “예측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개헌을 능동적으로 밀고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개헌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 전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내란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며 보다 적극적인 세 확장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이날 오후 KTX 광명역에서는 양기대 전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비명계 인사들 모임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비명계 잠룡으로 평가되는 김부겸 전 총리와 김두관·박용진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포럼은 설립취지문에서 “10년 내 대통령이 2번이나 탄핵된 것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정상적인 정치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일시적인 인기, 팬덤,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지도자를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를 분권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는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포럼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과의 회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지사를 만난 데 이어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찬을 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는 27일 오찬을 하기로 했다.

또 박용진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로부터 총선 이후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좀 보자고 하셔서 지금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