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발생했던 ‘12·3내란’의 충격 속에 맞이했던 을사년(乙巳年)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관세폭탄과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안보문제에서 한국 패싱 위험 등 여러 불안한 변수 속에서 국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나갈 궁극적 책임과 권한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일텐데 그들의 관심은 온통 차기 정권의 향방을 놓고 전개되는 ‘헌법재판’과 윤석열에 대한 ‘형사재판’에만 모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걱정이다.

물론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이 하루라도 빨리 종결돼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행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야 하고 불법무도한 비상계엄을 획책한 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일처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것이 우리의 바람처럼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가지 염려들이 단순한 기우(杞憂)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헌법상 아무리 ‘비상계엄’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선포하는데는 특정한 전제조건이 있고, 국무회의 심의라는 합법적 절차가 이행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전제가 송두리째 무시된 불법을 저지른 윤석열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라도 탄핵에 찬성해야 하고 합당한 처벌을 주장해야만 옳은 일일 것이며 여야정당에 대한 지지율 또한 엄청난 차이를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예컨대 지난 13-14일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3.1%, 국민의힘 지지율이 41.4%로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드디어 광주에서마저 참으로 해괴한 일이 현실로 나타나 뜻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1980년 5월 민주영령들의 혼이 깃든 ‘5.18광장’(도청앞 광장)에서 윤석열의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집회를 갖겠다고 집회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관계당국에서 집회를 불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금남로에서 집회를 강행했고, 여기에 1만 명이나 모였다고 하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등 여타 지역에서야 진즉부터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있어온 터이니 그렇다고 치자. 그렇지만 광주가 어떠한 곳인가. 민주의 성지(聖地)라고 불리우며, 그동안 독재 옹호세력들이 감히 발을 붙이지 못해 왔던 곳이 아닌가.

이러한 광주에서 내란 주범 윤석열을 지지하는 집회가 5·18민주광장 옆의 금남로에서 버젓이 진행된 것이다. 왜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쯤해서 우리들은 12·3 내란이 발발한 후, 2개월여 동안 우리정치권에서 진행돼 온 무질서와 거짓 선동들 그리고 민생은 외면한 채 정략에만 몰두해온 행태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을 반추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법의 심판에서 빠져 나가기 위한 자기변명에 급급하고 있으며, 여타의 고위 인사들 역시 스스로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묘수 찾기에 바쁜 모습이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입만 열면 상대방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말싸움에 급급한 모습이다.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에 대한 불신(不信)을 갖게 하면서 이는 곧 ‘정치적 냉소주의’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과 광주 금남로에서 진행된 보수단체들의 집회 역시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때 우리 정치의 장래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