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광주가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인근은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주최 측이 일찍이 설치한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라며 혀를 찼다.

탄핵 반대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1시께부턴 참가자들이 내지르는 고성에 일대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대한민국이 공산화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행인들 대부분은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그럼에도 ‘극성’ 참가자들이 5·18기록관 주변의 영업 중인 상가를 돌면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대한민국을 구합시다”라고 외치는 통에 일부 시민들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다행히 이들과 몸싸움을 하는 등 충돌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금남로 인근 상인들은 그들이 말하는 ‘정당성’ 논쟁에 말려들지 않고 못 본 채 하는 등 의연하게 대처했다.

이 같은 대응은 오후 4시께부터 탄핵 찬성 집회를 연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도 마찬가지였다.

집회 전 광주비상행동은 성명을 통해 세이브코리아측에 “‘당신들의’ 그 위대한 대통령 마음껏 찬양하고 가시라. 다만, 1980년 전두환의 불법 쿠데타에 맞서 피 흘리며 싸운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가 기록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꼭 방문하길 바란다”며 “가능하면 가기 전, 남도의 따뜻한 음식도 맛보시고 다음에는 내란동조세력이 아닌 여행자로 찾아달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 광주비상행동은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성숙하게 대응하고 감정적인 반응은 자제해 달라”며 “금남로에서의 우리의 행동이 ‘불법 내란이 불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탄핵 반대 측에선 광주비상행동을 향해 “민주화의 도시 광주는 탄핵 찬성 그만둬라”, “종북세력 민주당 찬양하는 광주 정신차려라”라고 쉼 없이 도발했으나 집회 참석자들은 별다른 대응 없이 자리를 지키거나 “오셨던 곳으로 돌아가세요”라며 차분히 응수했다.

동구 주민 이경환(42)씨는 “오월을 상징하는 금남로에서 군부독재를 찬양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화나지만, 성숙한 시민인 만큼 모두 냉철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1980년 광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지금의 광주 시민들도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상행동의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5·18민주광장에선 총궐기대회 참석자들을 위한 어묵과 붕어빵 등 먹거리 나눔 부스도 운영됐다.

일부 시민들은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에서 기획한 이벤트에 참가해 친환경 분필로 차도에 ‘대한민국에 더 이상 독재자는 필요 없다’, ‘광주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등의 문구를 적으며 탄핵 촉구 의지를 다졌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