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이 국회 권한?…尹 탄핵 반대”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을 촉구하는 국가비상기도회 모습. /김애리 기자

오월 광주의 상징인 금남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 총 3만여명이 운집했으나 우려됐던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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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15일 오후 1시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했다.

1부 예배, 2부 토크 콘서트 순으로 진행된 기도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참석했으며, 광주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탄핵 반대 집회로 기록됐다.

기록관 주변에 운집한 참가자들은 ‘줄탄핵이 국회 권한? 계엄은 대통령 권한’,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나 태극기, 성조기 등을 손에 쥐고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쳤다.

손현보 목사는 “광주 시민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손절하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 한국사 강사에서 최근 보수 측 확성기로 존재감을 키운 전한길씨도 단상에 올라 “계몽령을 통해 국민을 일깨운 윤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오후 5시45분께까지 이어진 국가비상기도회 동안 일부 참가자들은 기록관 앞 5·18민주화운동 관련 조형물에 기대거나 밟고 서기도 해 광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이브코리아의 집회가 한창이던 오후 4시께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금남로 센텀시티 앞에서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참석한 이번 대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석했으며 오후 7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 구호로 금남로를 가득 채운 개회선언 후 이어진 대회사에서 위경종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지금 이곳에서 80년 5월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저 차벽 넘어 전두환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고 참담함을 드러냈다.

이어 위 대표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오월 영령들과 민주열사들이 피흘려 지켜온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대동 정신으로 윤석열을 탄핵하고 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뿌리 뽑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열변했다.

뒤이어 무대에 선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장은 “광주는 민주주의의 대표 도시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도 “최소한 이곳에서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여는 건 홀로코스트(집단 학살)가 벌어진 곳에서 나치 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전한길씨를 질타했다. 이어 황 소장은 “윤석열은 반국가세력이고 그 지지자들은 극우도 아닌 독재 추종세력”이라며 “독재 추종세력, 학살 세력이 이 땅에서 큰소리치지 않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공간에서 열린 두 단체의 집회가 시간대마저 겹치자 경찰은 금남로 2가 무등빌딩 앞에 버스와 승합차 10여대를 동원해 차벽을 세웠다.

또 인도에는 입구 차단 펜스와 경찰을 투입해 인간벽을 쌓는 등 최대한 접촉 차단에 나섰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집회 참가자 간 충돌과 설전은 금남로 곳곳에서 펼쳐졌다.

다행히 대부분 티격태격하는 수준에 그쳤고, 광주 시민들이 탄핵 반대 측의 도발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여 16일 기준 폭행 등 혐의로 형사 입건된 이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