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물김 한 포대(120㎏) 평균 위판가격이 지난달 8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반토막 났다. 과잉 생산 탓이다. 아울러 진도 2천270t, 고흥 1천390t, 해남 776t, 신안 158t, 장흥 80t 등 총 4천675t이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황 호조와 양식장 신규 허가 등의 영향이 있으나 불법 무면허 양식 범람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전남도와 어민단체 등이 고흥 해역에서 실시한 민·관 합동 행정대집행에는 어선 135척이 동원된 매우 이례적인 규모였으며, 축구장 크기(105m×68m)의 320배에 해당하는 약 2만6천책(228만8천㎡)에 달하는 시설물을 적발했다. 전남도는 면허지 밖 이탈·초과 등 불법 시설이 도내에만 전체의 30-37%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파르게 수요가 확대되며 김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4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7억8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김의 경우 전년보다 46.1% 증가한 3억6천만 달러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전통적 수출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더하며 전남산 김의 품질과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정작 어민들은 시름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물김이 막대한 수준으로 짐작되는 만큼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와 지자체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행위가 무분별하게 성행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부정한 수익에 대해 엄벌로 다스려 무면허 양식을 근절해야 하겠다.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적정한 생산 환경 조성을 위해 계약 재배부터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마른김은 여전히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귀한 몸이다. K-푸드의 선두 주자다. 반면에 원료인 물김은 가격이 급락하며 수천톤이 폐기되는 상황이다. 건전한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파렴치 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 국내 최대 산지인 전남의 낯부끄런 현실을 더 방치해서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