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참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엄마 고향에서는 아이들이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잘 챙겨주지도 않는다고 했어요. 한국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좋아요.”

얼마 전 만났던 학대피해아동이 했던 말이다. 부모가 외국 출신인 이주배경가정의 아동이었다. 이러한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이름지었지만 최근에는 ‘이주배경’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단순한 용어 변화가 아니다. 이주배경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지원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주배경 아동이란, 부모 또는 본인이 국제이주 경험을 가진 18세 미만의 아동을 의미한다. ‘다문화 가정’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다문화’는 문화의 차이를 강조하는 용어로, 주류 집단과 비주류 집단을 구분하는 인상을 준다. 그로인해 ‘낙인감’이나 ‘차별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다문화라는 단어가 모든 이주배경 아동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아동,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민 2세, 귀화한 사람들을 ‘다문화’라는 단어로 묶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여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바로 ‘이주배경’이다.

이주배경 아동은 다양한 문제를 경험한다. 가정 내 혹은 주변에 한국어 구사자가 없는 경우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어져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학교에서 점점 소외되는 일도 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도 있다. 우리는 법적으로 체벌이 금지되어 있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러지 않은 나라들도 많다. 부모가 체벌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생계를 이유로 아동을 장기간 혼자 두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될 위험도 커진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대한민국 N년차’ 캠페인이라는 이주배경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했다. 출생 배경, 국적, 이주 경험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대한민국 N년차’로 표현한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37년차’인 필자와 작년에 만났던 ‘대한민국 12년차’ 아동은 단지 한국에 살았던 기간이 다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또한, 문화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 올바른 양육방법, 안전한 보호 방법 등을 몽골어, 러시아어, 필리핀어 등 총 8개 국어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이주배경아동뿐 아니라, 보호자도 문화 차이로 차별받거나 처벌받는 것보단,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울 수 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주배경 아동은 단지 이주 경험이 있을 뿐,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아동들이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한국에서 소외되지 않고, 성장 환경의 격차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어린이는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 누구든간에 격차없이 살아야 한다. 우리사회가 모든 아동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사는 곳이 돼야 한다. 그런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