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하며 서로 정을 나누고 좋은 기운 받아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9시께 광주송정역은 귀경객들로 북적였다.

날씨가 연휴 시작 때보다 많이 추워진 탓에 귀경객 대부분은 롱패딩과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한 차림이었고 양 손에는 한 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가방 등의 짐이 들려 있었다.

한 귀경객은 “올 때보다 짐이 너무 늘었다. 어떻게 이걸 혼자 다 먹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이에 배웅 온 가족들이 “다 먹게 돼 있다”고 말해 다함께 웃었다.

일부 귀경객들은 이별의 아쉬움을 가족들과의 기념사진으로 달래기도 했다.

가족들을 배웅하러 나온 한 할아버지는 “다음에는 할아버지가 올라갈게요”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손녀가 “열 밤 자고 오세요!”라고 답해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의 얼굴에 일제히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얼마 후 열차 출발 시간이 되자 승객들과 가족들은 차창 사이로 인사를 건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광식(80대)씨는 “일년에 두 번, 많으면 세네번 정도 자식들이랑 손주들을 본다”며 “이번 설 연휴가 조금 길어 좋았는데 막상 또 보낼 때가 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비슷한 시각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역시 귀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삼삼오오 모여있던 귀경객들은 탑승 직전까지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했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바깥의 가족들에게 손과 눈으로 인사하며 한가득 담아준 ‘정’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으로 간다는 김정호(34)씨는 “연휴 동안 가족들과 쌓였던 얘기를 하고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니 제대로 힐링이 됐다”며 “이 기운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광주공항에서도 귀경객들은 포착됐으나, 31일까지 ‘휴가’를 낸 덕에 주말까지 여행을 떠난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여행객 대부분 들뜬 표정으로 탑승을 기다렸으나, 일부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이어 연휴 중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를 의식하며 걱정스런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구 치평동 주민 김은하(45·여)씨는 “오늘부터 돌아오는 일요일까지 더 쉴 수 있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지만 최근 연이은 항공기 사고 탓에 찝찝함이 크다”며 “보조 배터리처럼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짐은 가져오지도 않았고 공항에 오기 전 대피 방법도 숙지했지만 불안감이 쉽게 떨쳐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정오 기준 설 연휴 동안 광주송정역, 광주종합버스터미널, 광주공항, 자가용 등을 통해 광주에 오거나 떠난 이들은 총 309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귀성객은 146만여명, 귀경객은 161만여명이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