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 역사를 바꾼 이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지난 역사는 말하고 있다. 결코 권력의 중심부가 아니었다. 프랑스대혁명,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얼마 전 구랍 12월3일 이후 광화문과 금남로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가 그 증거다. 지난해 12월3일 밤, 교육지원청에서는 연말 결산과 새해 계획을 준비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전해들었다. 수석장학사의 말을 듣고 모두가 놀란 가운데 TV를 켰다. 국격이 무너지는 광경이 벌어졌다. 무슨 이런 일이 있을까, 이게 사실일까 하며 눈을 비비고 쳐다 보았다. 이튿날, 관내 학교들은 침착하면서도 신속히 움직였다. 계엄의 의미조차 모르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상영하며 5·18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상황을 가르쳤다. 영화는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배움을 제공했다. 그리고 강력한 울림을 줬다. 학생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MZ세대의 항거와 희망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지극히 냉소적이었다. 그들을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며 외계인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도대체, 동시간대 같이 살아가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MZ세대에 대해 가족 내에서도 부정적인 관점이 컸다. 아들, 딸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다를 바 없다. 그동안의 경험과 연륜에서 얻은 지혜라도 알려줄라치면 ‘꼰대’ 취급을 하기 일쑤였다. 시니어들에겐 그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12월의 광화문과 금남로에서, 그들은 불의에 분노하며 항거의 중심에 섰다. 그들에 대한 시각이 확 달라지게 된 기점이었다. 공분할 줄 아는 이 젊은이들은 우리 교육의 자랑이자,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학교에서 30년간 민주주의 교육과 학생 자치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성과가 아닐까. MZ세대는 어느샌가 우리사회의 믿음직한 보배가 돼 있었던 거다. 정의와 양심을 지키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인 것이다.

지역사회의 연대와 책임

얼마 전 00광역시의 한 고등학생이 실종되었는데, 그 학생의 마지막 모습이 진도 의신면 한 마을의 CCTV에 포착됐다. 실종된 학생은 진도와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실종된 학생을 찾기 위해 경찰과 의신면 주민들이 함께 나섰다. 경찰은 기동대를 조직하고, 주민들은 방범대를 꾸려 밤낮으로 수색에 나섰다. 부녀회와 상가 주민들은 교대로 떡국을 준비하고, 어르신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품을 지원하며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이뿐 아니다. 무안공항 참사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나섰고, 전남의 학부모들은 교원 정원 감축에 반대하며 8천100명의 서명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풀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국가와 사회의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위대한 시민들이다.

교육의 역할과 미래

2025년 교육 계획을 다듬으며, 교육지원청은 지역과 함께 걸어갈 기반을 준비 마련 중이다. 남도의 전통문화예술을 간직한 진도답게, 교육지원청은 아리랑갤러리를 중심으로 예술작품 전시와 학생·교직원 초대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 예술인들과 학교가 연계해 전통예술을 이어가며, 예술영재들은 국립 및 군립 국악원과 협력해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아울러 진도의 의(義) 정신을 기반으로 마을 곳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소환하여 공동체 정신과 역사의식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12월의 광장에서, 마을의 골목에서, 그리고 교실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연대는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우리 교육의 성과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이 영글어지고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다. 권력은 중심부가 아닌 모든 제 각각의 변방에서, 권력자가 아닌 민초들에게서 나온다.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이것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