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IMF 때보다 어렵다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경제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8일 국회에서 ‘비상 경제 안정’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무역 구제 기구인 무역위원회를 전면 확대 개편해 10조원 규모의 공급망 기금을 가동하기로 했다.

대(對) 중국 공급망 취약 품목에 선제 대응해 아랍에미리트(UAE)·과테말라 등 유망 신흥국과 통상 협력 가속화, 탄자니아·칠레 등과의 핵심 광물 협력 파트너십 구축 등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당정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매주 가동해 보편관세·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이슈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미국을 방문하는 등 최 권한대행을 포함한 각급 대미 소통 체계를 구축해 전방위 접촉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는 임박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 분석·대응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정은 이날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해서 코스피(KOSPI) 지수가 비상계엄 이전 수준인 2천500선으로 회복했고 채권 시장도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외환 시장의 경우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주요 기업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등 주요 이벤트가 집중되는 1-2월에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불안 심리가 가중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며 “F4(Finace 4·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등 회의체를 가동하면서 채권, 단기 자금 시장 안정 등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보고 정부에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과 관련 “규모는 20조원을 기본 출발선으로 하고 충분하게 단계별로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인 허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추경안 편성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상반기 예산 67%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의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추경으로 심리 진작 효과를 마련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지금 가장 위험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 소비 영역과 건설 분야는 물론 지역화폐,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산업, 일자리, 지역균형발전 등 필요한 영역은 넓고 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추경을 편성하는 일반적인 공식에 더해 ‘내란 사태’로 인해 재정 소요가 더 필요해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국제 질서 대응에도 예산이 필요하다”며 “추경 필요 규모는 앞으로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보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인 안도걸 의원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1.4%까지도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메워줘야 하는 부족한 GDP 수요가 20조-25조원 정도 나온다”고 덧붙였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