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사기범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 명목으로 십수억대 금품을 받아 수사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 브로커’가 징역 3년2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제2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모(6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무변론 기각했다.

이로써 성씨에겐 항소심 판결 징역 3년2개월과 17억1천300만원 추징 명령이 확정됐다.

성씨는 공범 전씨와 함께 지난 2020-2021년 가상자산 투자사기범 탁모씨로부터 총 18억5천400만원을 받고 수사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함께 기소됐던 전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1억4천150만원의 추징 명령을 받았는데,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이 앞서 확정됐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광주·전남 수사 기관에 다방면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 브로커’ 관련 재판 하나는 마무리됐다.

전·현직 검·경 관계자 등 총 18명을 재판에 넘겨지게 한 ‘사건 브로커’의 존재와 범행은 수사 무마를 의뢰한 탁씨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탁씨는 지난 2020년 1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투자 사기 관련 수사를 받게 됐는데, 누범으로 인한 출국 금지와 지명 수배 등의 조치가 우려되자 이를 무마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자신의 동생을 통해 전씨를 먼저 소개받았다.

이후 전씨는 탁씨의 부탁을 해결해 보려 했으나, 탁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수사 기관에 자신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성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법정에서 탁씨가 밝혔던 진술에 의하면 성씨가 행사한 영향력은 실제로 통했고, 그 덕에 둘 사이엔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

이에 탁씨는 또 다른 투자 사기 범행으로 수사받게 되자 성씨에게 ‘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마다 성씨와 전씨는 이른바 ‘경비’를 요구했고, 탁씨는 이에 응했다.

그러나 거액을 지출했음에도 앞선 때와 달리 수사 등이 무마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씨가 되려 피해자와의 합의를 종용하자 탁씨가 수사 기관에 이들의 비위를 제보했다는 정황이 관련 재판에서 드러났다.

탁씨 등을 기소한 검찰은 후속 수사에 나서 성씨를 통해 이뤄진 ‘수사 무마’와 ‘인사 청탁’ 비위 연루자를 색출, 재판에 넘겼다. 이 재판들의 확정 판결은 아직이다.

‘사건 브로커’의 발단이 된 탁씨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첫 재판 후 다수의 증인 신문이 이어졌고, 올해 마지막 재판은 지난 25일 진행됐다.

탁씨에 대한 재판은 다음 해 1월 재개된다.

다만, 탁씨의 재판을 맡고 있는 광주지법 형사11부가 다음 해 2월 정기 인사에서 변동되는 곳이라 1심 선고를 새로운 재판부가 할 가능성도 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