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문학 인재’ 양성을 위해 조성하려던 ‘공상의 방’이 예산 삭감으로 무산됐다.

24일 북구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예산결산위원회 심사에서 ‘공상의 방’ 조성사업 예산 1억8천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공상의 방은 북구가 한강 작가가 살았던 중흥동에 있는 중흥도서관 1층을 활용해 만들려던 공간으로, 한 작가의 부친이 “딸이 초등학교 때 캄캄한 방에 앉아 있어서 무엇하냐고 물었더니 공상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는 말에 착안해서 추진됐다.

북구는 공상의 방에서 자유롭게 사색한 이용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공간도 다음 해 1월까지 같이 조성하기 위해 예산안을 이번 회기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상의 방 예산안은 제299회 제2차 정례회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뭇매를 맞았다.

당시 기대서·전미용 의원은 각각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대의기구인 의회의 심의를 거치기 전 자문위원회를 열고 실시설계 용역까지 진행한 것은 ‘절차 무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북구는 구청장까지 나서며 ‘적극 행정’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했으나, 바로 다음 날 열린 경제복지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공상의 방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예산안을 올린 부서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하더라도 예결위에서 다시 살릴 수 있는 만큼, 북구 내부에선 앞선 때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으나 ‘일방적인 추진’이 계속 발목을 잡아 결국 공상의 방은 당초 계획대로 조성할 수 없게 됐다.

북구는 다음 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때 공상의 방 예산을 다시 편성할 예정이다.

이로써 공상의 방을 둘러싼 공방은 일단 막을 내렸으나, 제2차 정례회 시작 때부터 지펴진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부터 북구청 내부 게시판에는 긴급 현안질의 등에서 보였던 의회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북구지부는 집행부와 의회 간 ‘상호 존중’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 북구지부 관계자는 “실제 행동 여부는 주중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회기에서 나타났던 일은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집행부와 의회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공직자는 “의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부분엔 공감하고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하나, 좌초될 정도의 문제였나 되짚어보게 된다”며 “사업의 당위성 부족 등을 이유로 예산이 삭감된 게 아닌 ‘기분’ 또는 ‘정치적 논리’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는 주위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안재영 기자